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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가장 인간적이다, 그래서 이쁘다

[완도의 자생식물] 73.털머위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11.23 12:04
  • 수정 2018.12.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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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에 돋아나는 머위는 마을 어귀와 집 주위에서 많이 보인다. 나물로는 아주 쓰지만 봄에 입맛을 돋게 한다. 가을에 피는 털머위는 주로 바닷가에서 핀다. 봄부터 가을까지 잎사귀는 뿌리에 가깝게 붙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꽃대를 올린다. 툭 터진 바다를 향해 꽃을 피운다. 바위틈에 해국은 바닷바람에 일제히 흔들린다.

그러나 털머위는 그 흔들림도 자유롭다. 꽃잎이 빽빽하게 붙어있는 해국은 바람의 영양을 많이 받고 털머위는 그 틈새가 자유로워 흔들림도 부드럽다. 차가운 바람과 서리에 아슬아슬하게 피어는 산에 꽃들도 마찬가지다. 취꽃, 산국화, 산부추 등은 있는 듯 없는 듯이 핀다. 여러 겹잎으로 피는 꽃들과 사뭇 다르다.

이렇게 산과 바다에는 아름다움을 수수하게 내보인다. 이 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그 모습이 가장 인간적이다. 게다가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그것은 바로 비어있는 공간일 것이다. 꽃잎과 꽃잎 사이와 꽃과 꽃 사이에서 미완성으로 채워 넣는다. 여기서 불안했던 마음을 고요한 공간으로 내려놓게 한다.

털머위는 국화과에 속한 상록 여러해살이풀이다. 바닷가 근처에서 흔히 자란다. 키는 30~50㎝ 정도 자란다. 줄기 전체에 연한 갈색 솜털이 난다. 잎은 잎자루가 긴데 뿌리에서 모여 나고 두껍고 윤이 나며 가장자리는 톱니가 있으나 대체로 밋밋하다. 꽃은 가을부터 노란색의 꽃이 피기 시작하여 초겨울까지 핀다. 이 풀과 비슷한 머위는 나물로써 먹지만 털머위는 독성이 있다.

이른 봄에 연한 잎을 나물로 먹으려면 물에 잘 우려야 한다. 이름은 지역에 따라 갯머위, 말곰취 또는 넓은잎말곰취로도 불린다. 효능으로 청열해독, 활혈작용이 있다. 열과 오한이 있는 경우와 눈 충혈, 목구멍이 아프고 코피가 나는 증상이 나타나는 감기와 인후염에 효과가 있다.

꽃은 작은 편인데 잎은 큼직하다. 큰 잎을 가졌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또한 잎은 독성을 지녔다. 벌레들이 달려들지 못한다. 겨울에 살아남으려면 잎이라도 넓적해야 한다. 날이 짧아져 햇빛의 양이 적기 때문에 최소한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기에 넓은 잎을 펼친다. 자연은 저마다 특출한 유전인자가 있다. 이기적 유전인자는 생존 번성에 유리한 방식이다. 그래서 자연은 실패가 없다.

우리 앞에 실재하는 모든 사물은 다양한 생존 방식과 공존의 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일상생활까지 피해가 온 지 오래다. 이것은 순수한 자연에서 배우지 못한 결과로 더는 흘러 보내지 말아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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