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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차, 그리움을 머금다!김덕찬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완도신문 | 승인 2018.11.02 13:14

초겨울처럼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졌다. 그런데도 차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차는 봄에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 봄에 만들어야 맛과 향도 탁월하고 최고급 차라하여 잘 만들어진 차는 고가인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사계절 가운데 겨울철만 제외하고 봄 여름 가을 세 계절 모두 차를 만들 수 있고, 나름의 특성있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조금 일찍 여름 전지를 한 까닭에 봄인 듯 새싹이 올라왔다. 약간 늦긴 했지만, 차 동아리 제다 실습과 선객(명상 체험자)들의 채다 체험과 오후 나절 갑작스레 동원된 마을 할머니들의 정성어린 채엽에 여래향차(발효차)를 만들었다.
그렇게 정성어린 손길의 아름다운 마음들이 다시금 가을차의 향기로움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투박하고 거친 떡차와 향기롭고 달큰한 여래향이 그것이다.
일정상 시기가 조절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었고, 그러다보니 찻잎이 약간 커진 듯 했지만 생엽의 향도 매우 풍미롭게 올라왔다. 그저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다.
가을차를 만들 수 있어서.
  갑작스런 제다일정에 수분이 적은 뻣뻣한 찻잎이라 제다과정이 쉽지 않았다. 시들리고 비비고, 덖고 비비고, 발효 과정을 거쳐 겨우 색과 향이 변화되는 모습에 탄성을 지른다. 햇볕이 적은 흐린 날씨에 발효 시간은 제법 걸리고 더뎌서, 봄이나 초여름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차 만드는 일은 늘 행복하다.
또한, 그렇게 정성스레 만든 차를 마실 때면 더욱더 즐겁고 뿌듯해진다. 아마도 차가 갖는 강력한 해독작용이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또한 각성작용이 심신을 맑고 초롱초롱하게 깨워 주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느긋해지는 맛도 있다. 가을이어서 그럴 것이다. 아직은 푸르지만 나뭇잎들은 시들어 떨어지고, 바람마저 앙상한 가지에 겨우 달려있는 감을 흔들어 댄다.
산과 들색이 약간 을씨년스럽고, 하늘색 마저 처연하게 흐릴라치면 차향에서 문득 진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찻잔속에 그려지는 소중한 인연들을 향한 그리움이 차향과 더불어 차실 가득 채워진다.
가을차는 이렇듯 그리움을 머금게 되는 차인가 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그립고, 소중한 벗들이 그립고, 스승님의 성안이 그립고, 존재의 근원을 향한 깊은 향수가 온통, 그리고 간절한 그리움에 들게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치고 무거워진 몸은 더욱더 포근하고 따스한 그리움을 찾는가 보다. 해그늘을 피해 따스한 햇살 찾은 흰둥이도 홀로 늘어진 채 그리움에 졸고 있다.
녀석이 안스러웠을까, 평온해 보였을까?
녀석을 바라보는 무거운 눈은 스스로 이기지 못하고 어느새 창가에 기대어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촌부를 들여다본다. 발그림자 기척없는 텅비어 고요한 은선동.
그래도, 이미 가을향 물씬 묻어나는 차향이 가득 충만되어 있음을 알기에 여유롭고 평온하다. 은선동의 가을향, 여래향의 차향이 감미롭고 은은하여 따숩게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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