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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몫’과‘인간의 몫’

[완도 시론] 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10.26 09:21
  • 수정 2018.10.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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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세상에서 천사가 가장 많이 있는 곳은? 싱글몰트위스키가 익어가는 곳, 외국 여행할 때 면세점에서 기를 쓰고 챙기는 스카치위스키하면 떠오르는 곳, 영국의 북부 스코틀랜드지역이다.  양조장마다 숙성창고엔 캐스크(오크통)들이 꽉 차있다. 그 속에서 오랜 시간 증류원액의 맛과 향과 색이 어우러진다. 3년 넘게 숙성해야 위스키로 대접받는다. 그러는 동안 해마다 원액 2% 씩 증발하여 줄어든다. 사라진 2%는 어디로 갔을까? 천사가 마셔버린다고 한다. 사람이 마시지 않은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다. 널려 있는 술통에 해마다 양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천사들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이 틀림없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앤젤스 셰어(Angel's share,2012)’ 주인공들은 이른바 ‘루저’들이다.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밑바닥 인생들이다. 그들에게 희망은 ‘천사의 몫’과도 같은 것이었다. 2%의 몫, 빵부스러기같이 버려야 할 것들도 그들에겐 앞일을 부여잡을 희망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다시 일어서려고 훔친 ‘베일에 싸여 있는 진귀한 위스키 통 하나’는 누구의 것일까?

어차피 버려지는 것도 천사의 몫이라는데 밑바닥 인생에게 그냥 주는 베품은 어떨까? 훔친다는 범죄는 나쁜 것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살아남기 위한 것이리라. 기껏해야 있는 사람들 입속으로 들어갈 위스키를 천사들도 훔쳐가는 위스키인데 가난한 우리들에게 배려를...
영화는 분배와 나눔을 뻔뻔하고 익살스럽게 꼬집는다. 영화보다 현실은 더 모질겠지만... 켄 로치는 우리사회가 천사의 몫을 약자에게 돌려주기를 바란다. 값진 것들은 진짜를 알아보지 못하고 가짜위스키에 흡족해 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사회의 젊은 청년들이 고민과 유머, 책임감과 선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 영화는 직업도 미래도 없이 혹독한 미래를 직면하고 있는 전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에 관한 영화다. 영화 속 네 명의 청춘, 그들을 만나고 싶은 흥미가 생기지 않는가? 그들을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는가? 나는 그들이 그러한 가치를 누리길 희망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우리사회가 날이 갈수록 경쟁으로 내몰린다. 경쟁에서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사회에서 민중은 고달프다. 백종원이 ‘도태돼야 할 자영업자는 도태도 돼야한다’는 말은 가슴 아프다. 우리사회의 냉혹함이 그대로 묻어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너그러움이 있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천사의 몫은 위스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와인도 그렇고 우리의 소주나 막걸리에도 깃들어 있다. 32년산 싱글몰트위스키를 아무렇지 않게 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들이다.

그런 술을 마실 자격 있는 사람도 우리들이다. 세속의 성공한 자들이나 높은 사람의 몫이 아니라 베품과 나눔이 있는 우리 이웃들이다. 그것을 모르고 어리석은 인간들은 부와 명예가 모든 것을 거머쥔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당당함과 넉넉함으로 더 너그러운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귀한 한 모금 술을 즐길 자격이 있어야 한다. 참되게 살아온 우리 이웃의 몫이다. 술에서 나는 향기가 두 가지가 있다. 아로마와 부케, 원료에서 우러나오는 아로마, 알콜 발효하며 효모가 뿜어내는 부케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사람도 향기가 있다. 나누고 베푸는 향기는 술 향기에 견줄 수 없다. 그 향기야 말로 값진 것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자격이 된다.

스코틀랜드 사람에겐 위스키가 삶속의 양념이라면 우리에겐 우리 술,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가 있다. 스코틀랜드의 천사들이 해롱해롱 하는 모습이 떠올려 지는가? 어리석은 사람, 간절한 사람, 순박한 사람...그들에게 알맞은 몫이 돌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진정 누려서 가지는 것은 넉넉한 마음을 가진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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