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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통, 순정남의 편지와 전화! 2

[나의 반쪽] 김미선 독자(신의준 도의원 부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10.12 15:28
  • 수정 2018.10.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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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
수작을 부리는 그에게 말했다.
"여자의 마음은 좋아하는 남자를 따르는 게 미덕이지만, 아직 결혼도 안한 상태라 제 마음은 몹시도 혼란스러워요.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줄 때가 가장 빛이 나지 않을까요?"
그 말에 그는 당신이 맞다며 아무런 말없이 꼭 안아주면서 "그래, 그럽시다"
그게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였다. 여자의 말을 따라주는 이런 남자라면 한 평생을 걸만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 전화와 편지가 연일 이어지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연인의 연애질에 우체부 아저씨의 고생이 참 많았을 것이다.
우리의 사랑은 더욱 애틋해져 갔지만 집안의 반대는 더 심해졌다. 일찍 시집가는 것도 막내를 장남에게 보내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겼던 부모님은 "네가 그곳으로 시집가면 엄마 아빠가 욕을 먹게 된다"고.
그렇게 반대가 이어지다가 덜컥 큰 아이를 갖게 됐고, 집안에서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지만, 아직 함께 살 처지는 아니었다.
남편은 졸업 후 서울에서 행정고시 공부를 시작했고, 난 금일 친정집에서 머물면서 남편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본격적인 사업전선.
옷가게가 괜찮을성 싶어 아빠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때 아빠는 거금 9백만원을 마련해 주셨는데,  늘 보이지 않는 그림자로 딸을 위해주셨다.
장사는 잘 된 편이었지만 고생스러웠다. 당시엔 철부선도 없었을 때라 교통이 많이 불리했는데, 섬에서 광주까지 가서 임해고속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을 오가며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최신 신상품들을 떼와 금일에서 팔았다.
그때 수협 한 달 여직원 봉급이 16~17만원이었는데, 옷가게를 할 땐 한 달 수입이 150만원을 넘을 때가 많았다. 옷가게는 둘째를 임신하면서 가게가 큰길가 옆에 있어 아이들이 혹여 잘못될까봐 친정집에서 만류해 그만 두게 됐고, 남편 또한 계속해 고시에서 아슬아슬하게 1~2점 차이로 떨어지면서 결국 포기에 이르렀다.
수협중앙회에 좋은 자리가 나왔는데도 안들어가고 남편은 고향을 선택했다.
고향에 내려온 남편은 미역 말리는 공장을 시작해 군대에 납품하면서 첫해 많은 돈을 벌었다.
경제적으로 피는가 싶었지만, 이어 시작한 굴양식에 1억원 넘게 투자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속아서 종자를 들여와 굴이 성장을 못하면서 설사가상 태풍에 우리집 굴 양식장이 날아가 남의 미역발까지 밀어버린 통에....
그때 고마웠던 이들이 금일 어민들이었다. 남의 양식장을 망쳐놨는데도 줄값만 달라며 통값이랑 철거까지 모두 제일처럼 해주셨다. 남편은 선후배 관계가 좋아 보증도 많이 서 주면서 그게 부실이 되면서 집안의 돈은 점점 없어지고 사실, 선거 때는 그리 많은 돈이 필요없었는데 경제적으론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남편은 2006년도에 군의원으로 당선됐는데, 곡절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 공천에는 남편을 포함해 여러 명이 공천을 신청했는데, 남편은 탈락됐다.
하지만 부정 경선이 제기되면서 경선 역사상 처음으로 재경선이 치뤄졌다.
전남도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가 전문기관에 맞긴 게 아니라 도당 자체에서 실시해 결국 중앙당 차원에서 재경선을 결정했다.
매사 쿨한 남편은 승복한다면서 포기하려했지만, 나는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도움을 준 분들이 군외면의 김정현 시숙님이랑 몇 분이 함께 나서주셨는데, 그 분들 때문에 결국 뒤집어졌고 남편은 군의원에 당선됐다.
2014년 당시엔 민주당 도의원 공천에 나서 전화 한 통 차이로 떨어졌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재검을 요구할 법도 했지만 남편은 깨끗이 승복하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기억에 남은 일은 민주당 경선 전, 신지면에 선거 사무소를 열었을 때 어떤 기자 분의 질문이었다. 개소식에 참석한 기자는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 도의원 경선 과정 중 불이익을 받았다는 여론이 있었는데, 승복하느냐?
이에 승복한다는 남편 그리고 도의원 출마가 가로 막히면 신의준의 정치는 이것으로 끝낸다고 말하는 남편.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물음.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남편은 과연 무슨 말을 할까?
그때 남편은 "난, 아버지에 이어 25년 동안 민주당을 지켜왔고 민주당의 정신이 곧 나의 신념이지만 민주당은 참 많은 사람을 웃게 하고 많은 사람에게 피와 눈물을 줬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했을 때.
돌이켜 복기해보면, 아마 그 순간 승부가 결정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기자의 질문과 남편의 답변은 너무나 가슴 뛰게 했다.
마지막으로 부부사이는 그런 것 같다.
교류와 관계의 차이라는 것.
관계는 사물처럼 굳어 있는 것으로 사람들은 거기에 집착한다. 그러나 교류는 흐름이고 움직임이며 진행 중인 하나의 과정이다.
더 많이 줄 수록 나는 더 충만해진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같다.
이것은 세상의 일반적인 경제 논리와는 정반대되는 법칙. 이런 법칙을 터득한 사람은 더 많은 사랑과 기쁨을 누릴 것이라고 본다.
완도신문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미선 신의준 부부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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