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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히 하루 보내는 게 복이여!

[우리지역 이야기] 완도읍 용암리 노인회원들

  • 손순옥 기자 ssok42@hanmail.net
  • 입력 2018.10.12 11:26
  • 수정 2018.10.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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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낙엽’                                    
‘일장춘몽’
인생을 일컬어 회자되는 얘기들이다.
그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헛되고 허망함 때문일 것이다. 어느 인생이라고 순탄하기만 할까? 이 세상에 태어남이 고해(苦海)인 것을….

우리부모들은 자식들 건사하며 일평생 살아 내느라 당신인생은 온데간데없이 힘들기만 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부모가 돼보질 않아서~, 평균수명이 길어진 요즘, 100세 시대라 하여 갖은 신조어에 유행가가 뜨는 세상이다. 3대 거짓말 중에 하나인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 하는 말은 이미 오래전 얘기다.

건강히 99세까지 88하게 살다 하루만 아프다 세상 뜨면 좋겠다는 바램과 욕심은 갈수록 더해가는 것 같다. 오래 살고자 하는 속내가 잘 드러난 부분이다. 며칠 전, 잔뜩 찌푸린 날에 읍내 용암리 노인회관을 찾았다. 평상시 같았으면 회관 앞 정자나무 밑에서 초가을의 오후를 보내고 계셨을 터인데,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단 세분만이 회관 안에 계셨다. 한 분은 화투로, 한 분은 안마의자에서, 한분은 무심히.

#그저 하루하루 아무 탈 없이 보내는 게 행복이제~
“뭘 별거 있겄는가?”
웃는 얼굴이 유난히 순박해 보이는 주이규(72세) 어르신이 수줍게 여신 말씀이다.
 “어려웠던 시절에 먹을 것이 부족해서 맘껏 배불리 먹지 못했는데 요즘은 잘 먹고 산께 그것만으로도 좋제. 더 이상 바랄 것 없어, 지금처럼 건강히 지내다 조용히 눈 감으면 좋것어”그러곤 금세 웃으신다.
조심스럽게 연세를 여쭤봤다. 그 나이면 충분히 젊어서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만큼의 나이임이 분명하다.
혹시라도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떠시겠냐는 질문에 어느 대목보다 꾹꾹 눌러 말한하다. “주어지기만 한다면야 할 수 있제, 평생 일로 다져진 우린데 무얼 못하것는가?”
 


# 힘들었던 기억도 행복한 추억
바로 옆에서 줄곧 화투짝 맞추고 계신 어른(김천일.76세)께 말을 건네자,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얘기 보따리 풀어 놓는다.
“16살때 서울로 오입(가출)나갈려고 고금도에서 영산포 역까지 종일 걸려서 배타고 버스타고 갔어, 영산포 역에 도착해 오후 6시에 기타를 타고 가면 새벽 4시에 영등포 역에 닿드만”
“(껄껄) 그런데 역에 내리자마자 깡패들한테 걸려 으슥한 뒷골목으로 끌려가 뒤지게(죽게) 맞었어. 그뒤로 내가 다시는 안 맞을라고 운동(유도)을 배웠제. 나 건든 놈 가만히 안둘라고(웃음)” 밥만 먹여 준다해서 공장에 들어가 갖은 고생만 하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 왔단다. “그때도 법이 있긴 있었어, 서울에서 배워온 유도로 사람한번 건드려 봤다가 쌀 서말(세말) 물어줬어. 그때 한달치 월급이 3천원이었응께 겁나게 큰돈이었어”
어르신은 연신 싱글벙글 옛날 얘기 하면서 행복해 한다.
줄곧 안마의자에서 편안함을 즐기는 이병선(79세) 어르신.
 “이렇게 하루하루 무탈히 넘기다 가는 거제 뭐. 자식들도 다 키워 났겠다, 사는 동안 건강만 하면 좋겠네”라고 한다.
만나 본 세 어른신들 모두 노년에 대한 생각과 바램은 별다르지 않았다.
지나간 일들은 힘들었던 기억마저도 추억이고 즐거움이라며 잠시 얘기 나눈 동안 무척 흐뭇해 했다.     
"어른들 홀대하지 마라 내가,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다!"
오늘따라 책임감과 함께 무겁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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