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키 작은 가을야생화는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

[완도의 자생식물] 67. 미역취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10.12 11:20
  • 수정 2018.10.28 12:3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른 풀들의 배경으로 피어있는 미역취꽃이 가을 서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고들빼기나 구절초, 쑥부쟁이도 있고 어쩌다 늦둥이 마타리꽃도 미역취꽃 옆에 있다.

가을 길을 가는 사람들 뒤에는 노란 감국이 지난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가을의 들꽃들은 맑은 향기를 지녔으며 단아하게 피어있다. 단출하게 산길을 넘어선 쑥부쟁이가 파란 하늘만 그립게 보고있다. 앙증스럽게 피어 있는 미역취도 쓸쓸한 가을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가장 풍요로운 시절은 가을의 꽃들 속에서 있다. 꽃잎 사이로 푸른 구름을 보면 그 어떤 소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다. 미역취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서식장소는 볕이 잘 드는 풀밭이나 숲속의 그늘에서도 자라며 크기는 높이 30~85㎝이다. 미역취는 산나물로 쓴맛이 없고 연하며 향은 별로 없으나 쌉쌀하고 감칠맛이 난다. 속명으로는 금화, 야황국, 돼지나물, 미역취, 꽃취라 한다.

줄기는 곧게 서고 곁가지를 거의 치지 않아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짙은 자주색이고 잔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며 꽃이 필 때 뿌리에서 나온 잎은 말라 없어진다. 꽃은 9~10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3~5개의 꽃대 끝에 꽃자루가 없는 작은 꽃이 많이 모여 피어 머리 모양을 이룬 산방꽃차례를 이루며 전체가 커다란 꽃 이삭을 형성한다.

식용으로서 고유의 식미와 향취가 있어 봄철의 줄기와 잎을 산채로 이용하고 있다. 미역취는 다른 취나물에 비해 잎이 가늘고 매끄럽다. 한방에서는 일지황화(一枝黃花)라는 약재로 쓰는데 민간에서 해소, 이뇨, 부종 등에 쓰인다. 가을 풍경은 내 것이 아니더라도 다 내 것이 양 부자가 되는 기분이다.

아무리 키가 작은 꽃이라도 가을 하늘을 품안에 앉는다. 그것이 키 작은 가을 야생화다. 그만큼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자유를 얻는다. 마음의 평화를 이룬다는 데에는 거슬리지 않으면 된다. 있는 그대로 보면서 향기롭게 생각하면 된다. 키 작은 가을꽃들이 그런 것처럼 보이는 대로 평화다.

가을의 꽃들은 대부분 마른 꽃으로 남는다. 한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 마음과 생각들도 마른 꽃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싶어진다. 미역취꽃은 산길에도 있어도 아름답고 산등성에 있어도 애잔하면서 향기롭다.

차가운 가을바람이 이들을 흔들어 놓아도 눈물겹게 아름답다. 무엇인가 아쉬움이 깃들면서 눈물이 섞여 있다. 가을의 서정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가을 언덕에 피어있는 미역취 꽃은 쓸쓸하면서도 아늑한 기쁨이 서려 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