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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茶禮) 이야기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 34]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9.24 18:19
  • 수정 2018.09.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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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우리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한가위라고도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하였다. 이는 크게 덥지도 춥지도 않고, 오곡이 풍요로운 추수의 계절이라 그랬으리라. 그래서 하늘과 조상님들께 감사의 제례를 올리는 것이 동서고금의 공통적 문화현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때 행해지는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이 바로 차례이다.

차례란 한 마디로 ‘명절에 지내는 제사’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절사(節祀)라고 한다. 〈가례〉에 나타나는 제례 중에서 참례(제사에 참여)와 천신례(청명, 한식 등 속절에 사당에서 지내는 제사)가 관행의 차례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명절 중에서 차례로 가장 많이 지내는 명절은 설과 추석이다.

차례는 기제사(사망한 날을 추모하여 지내는 의례) 및 묘사(4대조 이상 조상의 묘를 찾아 추모하는 의례)와 더불어 중요한 조상숭배의례의 실천윤리로 꼽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추석이나 설 이외의 차례는 거의 소멸되었다. 대부분 낮에 사당 등에서 가까운 부계친족끼리 모여서 지낸다. 절차는 지방과 가문마다 약간씩 차이를 보이나 무축단헌(축문은 없고 1회 헌배)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그런데 왜 차례에 차를 쓰지 않고 술이나 물을 쓸까? 〈국조오례의〉 등의 기록에도 종묘제례와 사신에게 다례 등 빈례에 차를 사용한 것이 나온다. 그러나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의 전쟁으로 국가경제가 피폐해지고, 차가 기호식품으로 양반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수탈이 심해지자 농민들이 차밭을 태워버리기도 하였다. 이와같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백성들의 생활을 걱정해서 영조가 왕명으로 '귀하고 비싼 차 대신 술이나 물, 즉 숭늉'을 대신 쓸 것을 지시한 후부터 차례에 술이 등장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는 당연시되고 보편화되었다.

유교 예법의 창시자인 주자(1130-1200)가 차와 관련이 있는 고장에서 생활했고, 뒷날 명나라 구준이 편집한 〈주자가례〉에도 차를 쓴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교의 차례는 주자보다 2백여 년 앞선 최승로(926-989)의 상례 때 뇌원차와 대차를 왕이 내린 것에서 비롯하였으니 훨씬 빨리 성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식(1551-1623)의 〈가례언해〉에 정월, 동지 삭망(초하루와 보름)에 차례 지내는 부분도 있고, 한재 이목(1471-1498)의 부조묘(父祖廟)에 제사를 지낸 홀기(혼례나 제례 때 의식의 순서를 적은 글)에서 “철갱봉차(국을 내리고 차를 올린다)”라는 내용이 발견되어 조상님께 차를 올려 제사 지낸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추석 차례에는 집안에 내려오는 풍습상 술을 쓰더라도 차를 꼭 올려보면 어떨까? 의식은 집안에서 내려오는 방식을 따르되 특정 종교나 진행하는 사람만 의식을 알거나 읽고 나머지는 멋모르고 절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축문도 한글로, 제물도 서로 상의하 정성의 마음을 담아 간소하게 준비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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