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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깃든 내 마음의 가을동화처럼

[완도의 자생 식물] 64. 맥문동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9.24 16:34
  • 수정 2018.09.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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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있어도 산기슭에 싸리꽃이 한참이나 핀다. 누런 논두렁에 느닷없이 싸리꽃 같은 맥문동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작년 가을에도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매년 나이를 먹어가지만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은 새롭다. 길 위에 마지막 햇빛 끝에선 눈부신 그리움이 반짝인다. 가을의 무늬를 그려낼 대지는 뜨거운 눈물을 가졌기에 꽃은 만발한다. 꽃이 피는 놀라움과 꽃이 지는 설움을 안으로 보듬는 대지는 따뜻하다.

대지 위에 우연한 만남도 가슴 깊이 쓰다듬고 있다. 초록의 마음이 온통 섞여져 눈부신 맥문동 꽃잎에 잠시 머물다 가고 싶어진다. 해가 뜨고 질 때 너의 이마는 아직 낯설기만 한데 이별은 벌써 달맞이 꽃잎 따라 가고 있다. 맥문동은 '푸른 잎으로 겨울을 나는 보리와 닮은 풀'이라 하여 보리 맥麥, 겨울 동冬 맥동(麥冬)이라고도 하는데 겨울을 버틸 수 있어 여러해살이풀이기도 하다.

꽃은 8~9월에 피고 꽃이 진자리엔 파란 열매가 열리고 가을이 되면 까맣게 색이 변한다. 겨우내 잎은 난초처럼 푸르고 꽃대에 매달려 있던 열매는 봄이 되면 땅에 떨어져 새로운 싹이 돋아난다. 요즘 길가에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다. 약으로는 인체의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식히며 열을 내리는데 좋아서 폐결핵이나 만성기관지염, 만성인후염 등에 좋다고 한다. 맥문동 꽃잎 끝에 파란 하늘이 내려오면 가을바람은 더 서늘해진다. 멀리서 꾀꼬리 노랫소리는 봄에 소리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며칠 있으면 그 새도 먼 나라로 떠난다. 가을이란 냄새도 새롭게 왔다.

자연에 대해 민감해질 때 생각하는 것도 새롭다. 봄꽃처럼 필 것 같은 맥문동은 완연한 가을 햇살과도 잘 어울린다. 주로 논두렁에 길게 늘어서 있는 맥문동은 한데 모여 있다. 해질 녘에 황금들판도 보고 보랏빛 맥문동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곧 내 마음이 편해야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런 마음을 찾는 데에는 자연만큼 좋은 것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 색깔이 변해간다. 가을 냄새도 짙어만 간다. 오늘도 같은 꽃으로 보일지라도 어제와 같을 순 없다. 가을 들판은 순간순간 새롭게 변해 가라고 한다. 어제는 작은 숲이 찾아왔고 오늘은 너그러운 들판이 보인다.

봄날에 필 것 같은 맥문동이 가을 하늘 한가운데에서 피었다. 오늘은 무와 배추를 심었다. “내일은 시금치를 뿌려야지” 이렇게 계절과 대화하니 마음의 평화가 저절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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