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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가난과 고난이었다[에세이-고향생각] 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완도신문 | 승인 2018.09.09 18:15
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엄마!......"
전화기 너머 아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왜? 뭔 일이 있는거야?" 다급하게 되묻는 나에게 우리들의 숙원이었던 아들의 대답이 잔잔한 흥분과 함께 전해졌다.
"엄마, 나 취직됐어~"
"우아... 잘했다! 장하다 울아들 장하다!"

그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을 뿐인데,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거 마냥 내 가슴은 하늘 높이 널을 뛰고 기쁨의 환호성을 목청껏 질러대고 싶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모든엄마들이 그러하듯 나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가난한 유학생활 속에서도 갖가지 레슨들을 시키며 뒷바라지를 했더니 middle School과 High School 즈음엔 아이가 유명해져 여기저기에서 찬사들이 쏟아졌다. 어쩌다 내가 학교에 가면 학교 선생님들 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나를 한 눈에 알아봤고 아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쩌면 그 시절에 나는, 자녀들로 인한 대리만족으로 늘 들뜨고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완벽하던 아들이 머리가 커지더니 강압적인 아버지의 말에 반항하기 시작했고 언성이 높아지면 집을 박차고 뛰쳐 나갔다. 그 상황에서 누구의 편도 들어줄수 없는 나는 맨발로 무작정 달려 나가는 아들을 차에 태워 깜깜한 밤, 고속도로를 몇 시간 동안 함께 달려 줄 뿐 이었다.
그래... 질풍노도의 시기인데, 얼마나 심장이 팔팔 끓어 튕겨 나가고 싶겠니?

두 세 시간 정도를 아들과 함께 밖에서 배회하고 있으면, 남편으로 부터 걱정이 가득 담긴 메세지가 띠리릭 날아온다. 아들은 그런 순간들을 버팅기며 전교 일 등을 고수했고, 테니스 대표 팀의 캡틴, 오케스트라 컨셔트 마스터, 키 클럽 회장 등 수도 없이 많은 스펙들을 훈장처럼 달고서 라이스대학에 당당하게 합격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아들에게 어려움들이 찾아왔다. 작년 여름 졸업학점을 모두 이수하고도 취업이 안된 것이다. 학교근처의 스마트 폰 수리가게에서 한 주에 50시간 넘게 일을 하면서 공부를 계속하는 아이는 지난 일 년 동안 최저인금으로 스스로의 생계를 꾸려가느라 몹시도 힘에 겨웠을 것이다.

가끔씩 전화해 안부를 물으면 다 괜찮다고 말하며 경제적인 지원도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홀로 아파트 월세를 감당하고 대중교통도 없는 텍사스에서 차도 없이 홀로서기를 하며 겪어냈을 어려움들......, 지난 1월에 내가 타던 차를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휴스턴에 내려 갔을 때, 들여다 본 아들의 삶은 차마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초라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남편은 아들을 떠 올리며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쳐내고 있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도 그저 지켜만 보는 부모의 마음 역시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이었다. 늘 순탄했었고 찬사만 받아왔던 아들에게 세상살이가 그리 만만하지 만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 시간들이 아픔이었지만 참으로 감사했다. 그 어려움들이 아들을 더욱 강인하고 겸손한 청년으로 빚어 주셨음을 알기에 나는 그의 앞 길을 더욱 축복하고 있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나를 키운 것도 가난이었고 고난이었다는 것,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최선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밑바닥을 직시함으로 더욱 겸손해 진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린 나를 두고 세상을 떠나시며 눈도 감지 못하셨던 나의 부모님께 이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

"엄마, 아부지... 두 분께서 내게 남기고 가신 유산은 무궁무진 했어요! 저는 아직도 그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내고 있는 걸요! 눈에 보이지 않는 값지고 귀한 유산들을 말이예요.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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