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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통, 순정남의 편지와 전화![나의 반쪽] 김미선 독자(신의준 도의원 부인)
완도신문 | 승인 2018.09.09 14:21


29일날 밤. 모르는 번호가 찍혔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받았는데, 중저음의 목소리.
"신의준 의원님의 사모님이시죠?"
"네"
완도신문 편집국장이라고 밝힌 그는 신의준 의원과 통화가 안되어서 대신 긴급하게 부탁 하나 하겠단다.
그러며 다짜고짜 내일 오후 3시까지 결혼이야기를 부탁한다고.

순간,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상대방의 상황이 대강 짐작이 갔다. 또 완도신문 결혼이야기를 재밌게 보고 있던 터라, 이렇게 갑작스런 글청탁이라면 누군가 분명 글 펑크를 냈나 보다!
그 지면을 만들어가는 편집국의 고충까지 느껴져 일단은 남편과 상의해보겠다고 했다.

결혼? 그래, 나에게도 그때가 있었지. 30여년이 흘렀지만...
그때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려 하니, 그동안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시간을 돌려 21살.
금일에서 태어났고, 8남매의 막내로 집안은 좀 부유한 편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엔 1~2등을 했던터라 친정아버지는 형제자매들 중에서도 각별하게 애정하셨다.

내가 고교를 진학하던 그 시절엔 때마침 고교 평준화를 위한 첫 연합고사를 치뤘는데, 아버지는 광주로 안보내시고 여수여고로 진학시켰다. 당시 기억엔 13등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적응은 잘 하지 못했다.

졸졸 따라다니는 남학생 때문에 그게 무서워 전학 서류도 없이 금일로 와 버렸고, 금일고에서 형편을 봐줘 다시 금일의 생활이 시작됐다.

꿈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대학 원서를 쓸 땐 전기대였던 교대에 넣었는데 떨어지고 후기대에 합격했지만, 잠시 다니다가 다시 집안 몰래 재수를 하려고 재수 공부에 매달렸다.
그도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으며, 다시 고향에서 인생 2막을 펼치고 있었다.

고향이었지만 어떡하든 놀고 먹을 순 없어 아빠에게 부탁을 했더니, 금일 수협을 소개해 줬다.
그렇게 직장생활이 시작되었고, 분홍색 옷과 운명의 그 사람.
나중에 들은 이야기였지만, 그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부대로 귀대하는 중이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의 뒷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고.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갸날픈 서울 소녀와 같은 모습.
딱 그 뒷모습에 반해, 그 얼굴을 보고싶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슬쩍 얼굴을 보았단다.
 


그의 첫 만남이었지만,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그이만 기억하게 되는.... 단테가 그랬다지. 9살 나이, 베키오 다리에서 베아트리체를 본 후 그녀를 영원히 사랑하게 돼 불멸의 신곡이 탄생하고, 그 아름다운 대문호의 사랑을 기리기 위해 2차세계대전 당시에도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는 폭파되지 않았다는....
그는 그렇게 단테처럼 이름도 모르는 여인을 사랑하게 돼 버렸다고 했다.

부대에 복귀한 후, 남편은 아는 지인들을 총동원해서 인상착의만 가지고 나의 이름이며 나이, 직장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제대 후, 다시 내 앞에 등장한 그.
그의 끈질긴 구애가 시작됐다.
그는 당시 마산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휴학 후 군대에 갔는데, 나를 만날 무렵 마지막 휴가를 나왔다고 했다.

그의 첫인상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고 집안은 지금도 부유한 편이 아니었지만,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아버지와 집안에선 반대를 많이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꼭 집안의 남자가 돈을 벌어야 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에게 재산이란 큰 의미가 없었다.

이후로도 난, 금일수협에 근무를 이어가게 됐고 남편은 제대 후 대학에 복학했다.
하루 한 통의 편지와 전화.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바로 말 할 수 없는 상황. 먼 거리를 걸어가서 전화를 해야하는 상황. 그의 입장에선 전화비가 상당했을 듯 싶다.

5월의 푸른 어느 날.
남편은 대학교에서 축제가 있다고 했다.
축제 파트너로 마산에 올 수 있냐고 했고,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에 마산을 가게 됐는데,  하룻밤을 머물러야 하는 상황! 그날 밤, 그이 또한 여느 남자들처럼 어찌 수작을 해보려....
(9월 특집호에 계속)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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