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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의회, 영혼 없는 거수기?

[독자 기고] 이승창 / 자유기고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9.08 19:59
  • 수정 2018.09.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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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자유기고가

지방선거가 끝난 후 제8기 완도군의회에서 활동하게 될 당선자의 면면을 보고 별다른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의원 개개인의 능력이나 인품을 보면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행정경력이나 의정활동의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완도군의회가 개원 이후 내놓은 첫 번째 의정활동 결과물은 완도변환소 반대결의문 채택이었고, 두 번째는 집행부가 제출한 조직개편안 처리였다. 결의문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 행위에 불과했다.

조직개편안의 경우 '군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이 쏟아질까 두렵다는 이유로 집행부를 감시해야 하는 군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데도 한 번의 심의보류 끝에 집행부에서 다시 제출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주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 제시를 해야 함에도 집행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영혼이 없는 거수기와 같은 역할이었다.

임기 초라서 업무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부해하고 업무를 파악해서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겠다는 자세만으로는 부족하다. 시간이 멈춰있는 것은 아니고 행정의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욕구는 계속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당선된 군의원 9명의 면면을 보면 모두 행정경험이 전혀 없었고, 2명만이 의정활동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 까닭에 고도로 전문화되고 분화된 영역인 지방행정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군의회가 집행부의 전횡을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못하고 자칫 집행부의 의도대로 끌려다니는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측했었다. 우려했던 일이 너무 일찍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데 있다.

군의원들이 믿고 의지할 곳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도와주는 의회사무과와 지방자치법 제59조의 규정에 의한 전문위원실 소속 직원들이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제대로 된 의정활동 보좌를 받기가 힘든 것이 현재의 시스템이다. 왜냐하면 직업공무원들인 그들의 인사권자가 군의회 의장이 아니라 군수이기 때문이다.

군의회에 소속된 직원들이라도 인사권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형편에 놓여있어 겉으로는 군의원을 보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군의원들을 적극적으로 보좌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집행부의 의도대로 제출된 안건이 통과되도록 의원들에게 왜곡된 자료를 제공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과거의 사례다.

현실은 제도의 한계나 열악한 환경만을 탓할 수만은 없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개개 의원들이 열심히 활동하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이 부단한 노력을 통해 행정에 대한 식견을 높여야 하고, 주민들과의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일들이 무엇인가를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의정활동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의정활동을 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원의 본분을 지키는 것이다. 의회의 역할과 의원의 본분은 집행부와의 밀월이 아니라 냉정한 견제와 감시다.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군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로 본연의 임무를 보다 더 충실히 수행하여 군민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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