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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마을 솟대오리의 꿈[에세이-고금도에서] 배준현 / 고금 주조장 대표
완도신문 | 승인 2018.09.03 08:26

고금도 항동 마을회관에 물막이 공사를 하기 전 찍은 파노라마 사진하나 걸려있다. 잔잔한 바다에 섬하나 떠있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이다.

1992년에 시작해 1999년에 마친 간척공사, 갯벌을 헤집으며 지렁이를 잡아다 물들면 호수같은 바다에 배띄워 문저리 낚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망쳐버렸다. 마을에선 해마다 바다양식의 풍작과 고기잡이배들의 안전을 빌며 당제를 모셨다. 나무오리를 솟대위에 앉히고 띠를 둘러 놓았던 당자리는 간척사업으로 사라졌다. 간척공사로 마을앞에 담수호가 들어서고 드넓은 농지가 생겼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났다. 느닷없는 돼지축가 허가로 주민들이 열받았다. 삼복더위 뙤약볕에서 군청앞 집회에 참가한다고 어르신들이 곤욕이다. 군청직원들 소 닭보듯 하고 있다. 드넓은 간척지에 축사하나 허가한다고 뭣이 난리냐 라고 생각하는가? 하나 들어서면 다음 또 다음 봇물 터지듯 허가 해 줄 것이 뻔한데 법대로 했다고 나몰라라 할 것이 뻔한데, 이대로 두고 볼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대책위를 꾸리고 진정서를 당국에 보냈다. 진정서를 보면 ‘돈사예정지가 간척지안에 있고 농지로 사용해야 함에도 군은 전매행위를 방조했다.

간척사업목적에 맞는 허가를 해 주었는가? 개발행위허가시 지역주민들의 얘기를 경청했는가?’ 따지고 있다. 완도군은 해조류박람회에서 청정바다수도 선포식과 해양헬스케어사업유치를 홍보하는 한편, 환경오염과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시설을 허가해주는 엇박자 행정을 하고 있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할까? 괜챦겠지하는 생각과 현장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다면 군이 외치는 청정바다수도는 속이 텅빈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청정완도를 가꾸려면 환경파괴 요소가 있는 인허가 사항은 먼저 주민여론을 청취한 후에 시행돼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하는 담당자들의 논리는 지방자치시대 그릇된 인식이다.

항동마을 주변엔 임진왜란때 우리의 수군진이 주둔했던 수군본영이 있었고 소중한 자원인 국가사적지 충무사가 있다. 자연그대로 보존해야 할 역사 문화 유산이기에 충무사 주변마을은 자연경관과 환경을 헤치는 시설이 들어서면 안된다. 그동안 충무사보존위원회를 비롯 고금면청년회와 고금면번영회는 이런 시설을 지역민들과 함께 막아 왔다. 이번 일도 마땅히 막아내야 한다. 면소재지 광고판엔 고금면 사회단체가 내건 현수막이 수두룩하다. 글귀는 청정해역과 돈사가 어울릴 수 없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고금도 사람들의 지혜와 굳센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먼저 돈사를 못짓게 하고 문제가 터진 김에 간척지 담수호의 수질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다면 수질정화사업을 하여 주민들의 소득원인 매생이 사업같은 어업활동에 지장없도록 하여야 한다. 언젠가는 둑을 터 자연환경을 다시 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당제 솟대오리의 꿈은 마을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는 즐거움이다.

오래 전 간척공사로 달라진 항동마을을 시로 썼다.

항동마을 간척지현장엔 날지 못하는 오리가
솟대끝에 앉아 있습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바닷바람에
삼복더위도 잊고 갯벌을 굽어 보았지요

가끔 척찬도에서 날아 온 산비둘기에게
재미나는 얘기도 들어가며
갈매기들이 동무하자고 날아오면

미끈한 몸매를 으스대기도 하고 마을 가운데
사장나무에게 올 해 김작황이 어떨까요?
의논도 하면서 마을사람들이 장만한
새해맞이 음식을 푸지게 먹곤 했지요

밀려드는 파도에 날아갈 듯 살아 있던 솟대 오리
갯벌위를 헤집으며 지렁이와 낙지와 쏙은
사람들에게 주고 호수같은
바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막나금 으슥한 곳에
조립식건축이 서더니만
덤프트럭이 수도 없이 드나들고
마침내 끊겨버린 갯벌에선
갯고랑내가 풍겨 왔어요

솟대아래까지 차오르던 파도는
황토길 건너에서 넘실거릴 뿐
오리가 매달린 솟대는 땅에 닿을 듯
기울다 처박힐 신세 되었지요

사람들은 보상금을 받았고 돌보는 이 없이
솟대오리는 야위어 갔어요

사장나무는 키가 커서
방조제 너머 바다라도 보련만
아직도 바다는 푸르른 가요?
내 동무들은 거기서 날아 다니는 가요?

마지막 안부를 묻고는 부서져 내린
당제 계단에
더는 버틸 수 없어 나동그라집니다

해당화가 피었던 그곳엔 갈대만이
징하게 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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