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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올 때 그 이름을 불러준다면

[완도의 자생 식물] 59. 짚신나물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9.01 14:21
  • 수정 2018.09.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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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당도하지 못한 별빛은 그리운 눈망울이 되었다.
이미 사랑의 씨앗은 땅에 떨어져 어제의 삶이 되고 오늘의 한순간의 만남에는 우주 끝에서 다가온 몇 백 광년의 기쁨이 되었다. 고요하게 별처럼 달아 놓은 짚신나물 꽃들에 잠시 눈길 한번 받고도 오늘 하루가 일용한 양식이 된다. 수수 알맹이처럼 하늘 가득하게 달아둔 그리움처럼 여름 내내 그리움의 마지막 한순간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다. 발등 위에 이슬로 쌓아 둔 짚신나물 꽃은 천천히 걸어서 하늘의 음악까지 듣고 싶어진다.

가느다란 풀빛은 마지막 별빛 하나라도 붙들고 싶어서 밤마다 풀벌레 소리가 쌓이고 있다. 거센 바람에 쓰러지는 풀잎에서도 작은 태양의 기운을 느끼며 그 열정으로 마음의 끝이 있다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오늘 작은 꽃 앞에서 두 손 모아 둔 순간만큼은 오늘 죽어도 좋다. 하지만 어느 별에서 이르지 못한 그리움이 있어 내일을 또 기다리는 중이다.

짚신나물 꽃은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하여 여름 내내 볼 수 있다. 줄기 끝에 혹은 잎겨드랑이에 옆으로 퍼지지 않고 가늘고 긴 꽃대가 올라와 작고 노란 꽃들이 벼 이삭처럼 줄줄이 달린다. 가느다란 꽃차례가 약한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연약하게 보이지만 짚신나물의 강인함은 그 뿌리에 있다. 땅속에서 아주 굵고 튼튼한 뿌리로 되어 있다.

짚신이라는 이름은 크고 작은 잎들이 들쭉날쭉 달리는 독특한 잎사귀의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인 것 같다. 또한 가장자리가 톱니가 있고 주름진 잎맥이 마치 짚신을 생각나게 하여 붙여졌다고도 하는데 산과 들에 흔히 자라며 질긴 생명력이 여러 용도로 긴요하게 쓰였고 짚신을 신고 사는 민초들의 삶을 닮아 그렇게 불렸을 것으로. 이 야생화는 중요한 약재이다. 주로 지사, 수렴, 소염, 해독에 효능이 있어 설사, 지혈, 산후통증, 위궤양 등 다양한 증상에 처방하며 뱀이 물리거나 옴과 기생충을 다스려진다고 한다. 한꺼번에 모든 걸 이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냥 세월이 흐르다 보면 꽃이 피워 내 앞에 다가오면 그때 알면 되는 것이다.

당장 모든 꽃을 심겠다고 정원을 넓힐 필요도 없다. 그 꽃은 오래전에 피어있겠지만 당장 내 앞에선 오늘이 처음인 것이다. 그걸 고맙게 여기고 감사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이미 당도한 사랑의 꽃잎들이 갑자기 또 다가오면 이름을 불러 주고 그때 자기의 삶처럼 이해하는 일이다. 그냥 일상적인 만남이 아니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 흔한 짚신나물 꽃도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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