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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야들한 전복살이 버터를 만났을 때

[노화 특집] 1. 만한전석(滿漢全席)의 최고 백미 중 하나 전복요리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8.07.28 10:46
  • 수정 2018.09.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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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특집이 노화라 지난 23일 노화읍사무소를 찾았을 때, 한희석 읍장.
말하길 "이승길 약산면 총무계장이 완도신문에서 27일 약산 전복잡기 체험행사를 특집으로 꾸민다고 하던데, 명색이 전복은 전복의 고장 노화를 특집으로 잡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막무가내, 전복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복을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기사를 부탁한단다.

어렵다. 본래 2면 특집에선 노화 노록도를 쓰기로 편집회의와 취재까지 끝마친 상태인데, 전복과 관련한 스토리텔링 기사라!

'바다의 웅담이라 하는 전복은 원기회복, 병후 기력회복, 눈이 침침하고 뻑뻑한 시신경 피로 증세를 가라앉히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정도는 턱도 없겠지!
그렇담! 

이름은 들어봤나? 만한취엔시!
우리말로는 만한전석(滿漢全席)!
어른들 말에 색시는 일본 여자를, 살기는 스위스에서, 먹는 것은 중화요리라고.

그 중화요리 중에서도 천하일미가 모두 모인 만한전석.
이 요리는 만주족과 한족의 요리를 두루 갖춘 음식으로써, 108가지 요리를 사흘에 걸쳐 먹는다는 청나라 황실 음식으로써 명실상부 중화민족 최고의 요리.

그 만한전석 중에서도 최고의 백미는 예로부터 사대해미(四大海味)라 일컫는 민어와 해삼, 샤스픽인 상어지느러미, 그리고 하늘이 내린 선물 전복 등 8종의 해산물로 이뤄진 요리다.

아쉽게도 요리 방법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데, 때마침 엊그제 완도신문 이진 부장이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전복 별미를 맛봤단다. 여지껏 먹어 본 전복 요리 중 단연 최고였다고 전했는데, 재료를 묻자? 전복 4~5개, 버터 10g, 다진 마늘 1Ts, 파슬리가루, 치즈 정도란다. 기름장은요? 필요없단다.

그럼, 요리법은? 흐르는 물에 전복을 한 번 씻고 나서 전복을 깐 후, 한 입에 먹기 좋을만큼 썬 다음, 칼집을 송송송 내준 뒤에 파슬리가루와 치즈를 뿌리고 식용류나 참기름 말고 꼭 버터로 볶아준다고.  

볶은 지 3분도 안되어 지글지글 보글보글 전복 버터구이가 익어간다.
고소한 버터와 치즈 그리고 도톰한 전복살의 절묘한 조합.
땟깔 좋고 한 눈에 보기에도 입안에 감칠맛이 감돌면서 노릇노릇한 냄새와 함께 한껏 부풀어 오른 전복이 만한전석의 백미와 마주한 듯하다.

야들야들한 전복살이 그냥 입안에 넣기만 해도 살살살 녹아내릴 것만 같은, 이미가슴은 푸른 초원 위를 내달리는 야생마가 있는지 심하게, 콩당콩당.
심장이 녀석을 강력히 끌어당긴다.

하나 들어 입안에 넣자마자!
아! 단박에 터지는 탄성.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그러면서도 연하디 연한 단맛이 입안에 감돌면서 입안에선 향기로운 바다 내음이 혓바닥 위에서 힘차게 3회전 앞구르기를 하는 듯한 느낌.
부드러운 전복살이 입안에서 촉촉히 머물다가 신비로운 촉감이 그대로 녹아내리며, 마치 블랙홀 속으로 방어할 틈도 주지 않고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 느낌.

‘햐! 이거, 이거! 겁나게 맛나는구나야!’
다시 번개처럼 두 번째 전복살을 젓가락으로 낚아 채, 폭풍치 듯 또 한 입!
첫 맛의 여운이 사라지지도 전에 또 다시 밀려오는 환상적인 맛.
마치 하얀 백마를 타고 명사십리 백사장 을 쏜살같이 내달리는 듯한 청량감!

그러다 끝자락에 이르러선 백마가 날개를 활짝 펼쳐 푸른 바다 위를 힘차게 날아오르는 이 상쾌하고 통쾌하기 그지없는 요 맛.‘햐! 햐! 이거 뭐냐?’입안에선 녹여주고 목구멍에선 빨아 땡기는 요! 표현이 불가한 절대의 맛.

그때, 이진 부장의 말.
“전복살만 먹으면 앙돼요!"
"진짜는 전복 내장까지 볶아 먹어야?”
‘아, 그래요!’

생각하기도 전, 이미 전복 내장이 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볶아지고, 익자 마자!
곧바로 한 입.
‘우와! 야! 야! 너! 정체가 뭐야!’
‘너가 녹아내리는 건 참겠는데, 왜 심장까지 녹이려는 거양?’
절묘한 맛이다. 씹을수록 달짝찌끈했다.

새콤 달콤 짭쪼름한 맛이 야들야들한 살과 어울려갈수록 감칠맛도 그런 감칠맛이 없는 와! 와! 진짜... 목구멍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살살살 녹아 버리는 절묘한 식감이란.
‘아, 진맛이란 게 이런거구나!’
'그래, 이거야 이거!'

전복살에 이어 내장까지 한 입에 넣고 씹고 있는 사이, 광폭적으로 연쇄 반응이 일어며 탄생한 전복의 완벽한 풍미!
다시 반복하고픈 이 열광적인 충동!
붉은 노을이 입안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붉은 장미가 입안에서 피어나는 것처럼. 
이건 뭐! 머리에서 발끝까지 일순간에 십만볼트의 짜릿함으로 관통시킨 후, 이내 온몸이 들썩거리게 신명을 탄생시키는 진짜 붉은심장의 맛이 아닌가 말야!

아, 정말로 이대로 이대로.
가슴이 녹아 내릴듯 한 요 맛...
아, 이 세상이 그대로 정지된 듯한 요 맛.
만한전석 파티에 초대 돼, 지상 최고의 전복을 맛 본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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