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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면 임에게로 가고 싶은 마음의 상태

[완도의 자생 식물] 59. 달맞이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7.27 15:26
  • 수정 2018.07.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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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맞이하고 가을을 맞이하고 하얀 첫눈을 맞이한다. 한 톨의 씨앗에서 맞이하는 새싹은 푸른 하늘이 맞이한다. 모든 생명과 사물들은 자유로운 선택이 주어졌다.

운신의 폭은 어쩔 수 없이 제안되어 있겠지만 마음과 정신은 자유로운 영역에 놓여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어느 규범이 있다. 물이 낮은 데로 흐르듯이 말이다. 아이를 맞이하는 엄마의 첫 마음은 지극히 선한 것이다. 봄부터 맞이하는 일들은 수없이 많다. 그중 진정 맞이할 사람이 몇 명이 있었다. 그런데 봄이 가고 말았다. 맞이한다는 것이 온전한 실상일 순 없다.

그렇다고 허상이 될 수 없는 법이다. ‘맞이하다’는 말은 선한 기다림이다. 각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상태이다. 봄에는 봄맞이꽃이 재잘대는 봄 햇살을 맞이한다. 여름에는 달맞이꽃이 시원한 달을 맞이한다. 가을에는 들꽃맞이도 좋겠다.

달맞이꽃은 밤에 피어 해가 뜨면 시들면서 붉은 색으로 변한다. 하지만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 해서 밤에만 피는 게 아니다. 해가 구름 사이에 숨은 흐린 날이나 이른 아침이면 활짝 핀 달맞이꽃들을 볼 수도 있다. 달을 바라본다는 월견초(月見草)라 불리기도 한다.

끝이 옴폭 파인 꽃잎이 4장 있어서 언뜻 보면 8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60∼90cm 높이의 줄기에 창모양의 잎이 층층이 자라며 꽃은 잎겨드랑이에 1개씩 핀다. 7∼9월에 꽃이 피며 10월이 되면 씨앗이 익는다. 이 씨앗에서 달맞이꽃 기름을 짜는데 한방에서 신장염, 감기, 고혈압 등에 처방한다. 또 민간에서는 비만증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한다.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 칠레에서 온 귀화식물로 지금은 전국에 널리 분포해 야생화가 되었다. 씨앗의 수가 한 포기 당 수백만 개로 아무 땅에서나 잘 자란다. 가을에 땅에 떨어진 씨앗은 빨리 싹이 트고 잎이 나서 땅속에서 뿌리가 제법 굵어져 겨울을 넘기고 봄을 맞을 맞이한다.

봄을 맞이하고 추수를 맞이하고 새해를 맞이한다. 어떤 일에 ‘맞이’라는 말을 붙여 썼으니 옛사람들은 물질의 빈곤 속에서도 마음만은 풍요를 누렸다. 내 마음이 이러니 그렇게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다. 달이 뜨면 임에게로 가고 싶은 마음의 상태를 달맞이꽃으로 표현했다.

지금처럼 해맞이 축제가 아니다. 달과 나는 오롯한 대면의 시간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갑자기 자기의 존재를 알게 될 때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다. 기다림이 많은 사람은 선한 사람이다. 여름밤, 달맞이꽃은 한없이 달빛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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