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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죠!이렇게 빨리 위기가!

[기획연재]해신 장보고 루트 2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8.07.15 18:44
  • 수정 2018.07.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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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살은 떠오르고

먼동이 트면서 동쪽하늘은 동살을 물들이고 있었다. 6일 밤 11시, 완도에서 출발해 다음날 새벽, 인천 공항에 도착한 장보고의 후예들.
떠오르는 여명. '그래 넌, 내 귀에 들리는 최초의 목소리로써, 내 세상이 창조되는 일곱번째의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실존하는 존재로써, 나의 심장을 두드리는 첫부호이자, 그 첫부호가 부르는 간절한 이름이면서 내 본질을 이루는 첫발인 비로소의 너희들!'

28명의 학생들. 총 5개조.
출발하기 전, 아이들은 문화상품권 6장이 걸려 있는 조 이름 짓기를 실시했다.

1조의 팀명은 '나를 따르라 장보고' 2조는 TWO change ONE' 3조는 '차이나 크로스 장보고' 4조는 '법화원' 5조는 '신라방으로' 각 조원들은 조명을 작명하며, 발표에 나섰고 우승은 2조가 차지했다.

2조 서예지 조장은 "우리 2조는 6명의 팀원이 한 마음이 되고자 TWO change ONE' 이라 이름을 짓게 됐으며, 이번 역사기행의 주제인 장보고 대사 또한 자기 희생으로써 만인의 풍요로운 삶을 꿈꿨기에 우리 또한 이해와 배려로써 이번 역사기행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후예들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산동성 위해공항에 10시께 도착했다. 공항에서 첫번째 기행지인 천진두(天盡頭)로 이동할 땐, 중국 역사와 문화에 조예가 깊은 완도군청 유영인 쌤의 설명이 시작됐다. "이곳 산동성 사람들의 특징은 가장 유교적이면서 가장 보수적인 그러면서 학문을 좋아하고 의협심이 강하며, 호탕하고 순박해 친구를 중히 여기고 째째한 사람을 제일 경멸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 역사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공자와 맹자, 제갈공명, 손자병법의 손무, 천하명필 왕희지, 낚시로 세상을 낚은 강태공, 관중, 묵자와 순자, 그리고 중국 무협 소설의 모태가 된 양산박 수호지의 송강과 흑선풍, 이규, 무송 노지심 등이 이곳 산동의 사나이들이다"고 말했다. 
 

천진두가 있는 산동성의 영성시는 완도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지역으로 영성시의 끄트머리 동쪽을 교동반도라 하며, 이곳을 하늘의 끝을 뜻하는 천진두(天盡頭)라 부르는데 천무진두(天無盡頭)에서 나온 것이다고 했다. 산동반도의 동쪽 끝자락!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닷가와 깎아지른 듯한 벼랑에 세찬 파도가 부딪치며 일어나는 흰 물보라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성산두에 설치된 비석의 비문엔 진시황이 바다 용왕에게 불로초를 구하러 조선반도에 가야하니 조선반도까지 다리를 놔 달라고 부탁한다. 용왕은 그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절대로 내 얼굴을 그리지 말 것을 주문했지만 진시황은 용왕의 얼굴을 그렸고, 이를 안 용왕은 곧바로 성산두에서 건설하던 다리를 모두 무너뜨려 버렸다고.

날이 좋은 날이면 인천항이 보인다고 하는데, 당시엔 흐린 날이었다.
 

이어 복여동해 동물원 방문이 이어졌다. 크기가 어마어마했는데, 산 하나를 통째로 조성해 놓았다. 동물원은 다양한 테마로 구분 돼 있는데 백호와 사자 등 맹수가 초입에 있었고, 화과산 원숭이와 초식동물, 희귀동물, 해양동물, 아프리카 동물, 곰, 팬더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 갇힌 동물이나 이를 보는 사람들은 유쾌한 모습은 아니었다. 아기 반달곰이 밧줄에 묻긴 채 누군가와 사진 찍기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황선규 학생은 "자유를 만끽해야 할 동물들이 우리에서 학대 당하는 것 같아 동물 학대로 신고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날이라 아이들의 여독 때문에 수상 동물들의 관람은 포기하고, 동물원의 3분의 2지점에서 모두 집합해 호텔로 이동하는 계획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본디, 큰 뜻이란 결코 빨리 갈 수도 피해갈 수도 없는 길이다.
언젠가는 어미새의 품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하는 아기새들. 그 세상을 위해 반드시 지금 걸어야 할 길이 있는데, 아이들은 그 길 위를 걷고 있었다.
그 길 위에서 함께한 인솔 교사들의 부담과 고충이란 자기 자녀들도 아닌데, 자기 자녀 보다 더 보호해야하는 책무였고 한 마음은 오로지 안전이었다.

한 코스가 끝나면 모여서 인원을 파악하고, 다시 한 코스가 끝나면 인원파악을 하는데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곤 했다. 보은 쌤은 "바가지 안에 모아 놓은 게들이 어떻게 탈출할까 발발거리는 것 같았어요. 한 녀석이 탈출해 그 녀석을 쫓아 통안에 넣고 있으면 멀찍이서 또 다른 녀석이 도망가고 그 녀석을 쫓아가 잡아 넣으면, 또 다시 다른 한 녀석이 도망가는 이건 뭐, 코뚜레도 안 뚫은 어린 숫송아지를 끌고 가는 것 같았죠"

2시간여에 걸쳐 동물원 구경을 모두 끝마치고 이제, 중국에서 첫날밤을 맞이하려 호텔로 돌아가려 버스에 승차해 서너차례에 인원을 파악해 보는데도, 두 녀석이 안 보였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냐고 아이들에게 묻자, 한 아이가 손을 들며 조금 전까지 버스 근처에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재빨리 인근 화장실로 뛰어가는 은영 쌤. 모두가 은영 쌤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몇 분 후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나오는 쌤을 보자 인솔했던 쌤 모두가 안절부절 못하는 순간.

은영 쌤은 이번 여행에서 그때가 가장 난감하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며 쌤은 "왜? 좀 더 다가지 못했을까! 좀 더 겸손해질 걸, 좀 더 침착할 걸, 좀 더 지켜줄 걸하는 후회가 일었다"고.

보은 쌤은 아예 말을 잊었다.
아이들에게 때론 다정한 언니같이 때론 다감한 누나처럼, 그리고 자혜로운 엄마와 엄한 아빠 같았던 보은 쌤의 얼굴은 붉은대추처럼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천길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처럼, 온 마음을 다해 절벽을 부여잡은 듯 위태로워 보였다.
 

박주성 인솔 팀장은 "그 순간,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이렇게 빨리 위기가 찾아 올 줄이야! 미리 와이파이 도시락을 준비했기에 별도로 비싼 로밍은 필요치 않아 아이들에게 핸드폰 로밍을 하지 말라고 했던 말, 위기의 상황에 처했을 때 국제전화 거는 법을 왜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등 주마등처럼 여러 생각이 필림처럼 스쳐가며 스스로를 자책했다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한국에서처럼 전화를 걸고 받아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일단 인솔팀은 상황을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만약 어떤 불상사가 아니라한다면 아이들은 이미 왔던 곳으론 다시 돌아가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고, 주성 쌤과 보은 쌤은 아이들이 관람하지 않았던 수상 동물원 쪽으로 향했다.

이때, 주성 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라진 아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데... 
뚜~ 뚜~ 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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