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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정신 문화 (1)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 24]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7.12 22:31
  • 수정 2018.07.1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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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차는 누구나 마시고 싶을 때 마시면 되는 단순한 기호음료이다. 그런데 목이 타는 듯 갈증날 때 물대신 찾아 마시기는 쉽지 않다. 즉 단순히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물을 대신 할 수 있는 음료보다는 오히려 정신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시는 묘한 음료이다. 즉 목마를 때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차는 기호음료이며 쉽고 편안하게 언제든 마시고 싶을 때 마실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차를 마실 때 차만 호르륵 마셔지지 않는다.

커피나 쌍화탕 마시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마실 수 있는 자리, 만들고 마실 때 필요한 도구들, 마실만한 차 종류들, 곁들여 먹게 되는 다식들, 마시고자 하는 마음, 혹 함께 마실 찻자리 인연들과의 관계 살림, 찻자리에 필요하거나 찻자리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형태의 그 무엇 등등. 우리는 이것을 찻자리의 문화, 혹은 차문화라고 한다.

문화의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학자 수만큼 많다고 하는 문화의 일반적인 사전적 정의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 양식”이라고 한다.

좀 원색적으로 들여다보면, 문화란 특정 지역에서 특정인들이 특이한 형식을 빌어 특이하게 표현하는 특이한 형태의 삶의 양식들을 말한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의 시작에서 비롯되지만 점차 반복되고 반복된 결과 고정된 특정 형태로 정착하게 되어 다수의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가치관으로 공유되고 실행하게 되면 그 지역, 혹은 그 나라의 정서로 자리 잡게 된다. 이것을 우리는 그 지역, 또는 그 나라의 문화라고 한다.

차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단순하게 약용으로 쓰여지게 된 약재가 점점 발달하여 지금은 생활속 기호음료, 또는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차문화는 역사속에 각 지역 국가별로 다양하게 발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차문화의 기본은 마시는데 있다. 마시는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과 그 도구들을 활용하기 위한 공간적 다형성 뿐 아니라, 헌다, 진다 등의 행다 의례, 더 나아가 정신을 맑게 하여 완성된 인격형성을 위한 끝없는 수행, 그리고 진리탐구를 위한 철학 의미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를 다루는 차인이다. 차인이란 차의 성정을 잘 알아야하고, 차의 재배에서부터 차를 따고 만들고 우리고 마시는 등 찻자리의 다양한 문화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차살림을 중도에 맞고 절도있는 조화로움을 잘 갖추는 이를 말한다. 지나친 인위적 꾸밈보다 검박하고 정갈하며 절제된 차림과 몸가짐은 기본이며, 분에 맞는 조화로움을 이루기 위한 차살림에 대한 정성스러움과 겸양의 덕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할 수 있다.

즉, 차는 차를 마시며 차 맛을 음미하고 건강을 도모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차의 일상적인 생활을 통해서 정신 문화적인 체험을 하며 이를 통해 수신으로 연결되어 고아한 품격이나 인성을 완성하는 것이다. 차를 겸허하게 즐기며 이어가는 생활은 차를 음미하는 심리적 체험을 통해 심신을 수양하고 풍요로운 정신적 안정과 자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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