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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정신문화 / 한재 이목(2)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 23]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7.01 00:21
  • 수정 2018.07.0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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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한재 이목(1471-1498)은 14세에 성리학자인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문하생으로 수학하였고, 19세에 진사에 합격하여 성균관 유생이, 24세에 연경에 유학하고, 25세에 문과 장원하였다. 1498년 무오사화 때 28세의 젊은 나이에 참형을 당한 천재 차인(茶人)이다. 차와 학문적 완성도가 높은 젊은 나이가 부럽고, 좀 더 세상에 머물렀었다면, 우리 차 문화의 깊이와 폭이 얼마나 발전했을까 아쉽기만 할 뿐이다.

<다부>는 한재 이목이 중국에서 직접 체험한 차 생활을 바탕으로 쓴 차의 심오한 경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차를 일생동안 즐겨도 싫증나지 않는 것은 그 고유의 성품 때문이다.’ 로 시작되는 <다부>의 특징은 차를 통해 얻어지는 정신수양과 정신적 즐거움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도학정신의 본령을 잃지 않는 절의와 차 생활을 통해 자연 속에서 기른 호연지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중용 등 깊은 낙도의 정신, 즉 천리를 꿰뚫어 응용하되 조금도 기울거나 치우침이 없는 경지이며, 마음의 수양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지로 승화되어 있는 점이 한재의 다도정신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한재가 특히 차 정신을 통해 선비정신을 구현하고 있음도 엿볼 수 있다. 차나무의 직근성을 통해 한서와 풍설에도 위축되지 않는 굳은 지조와 절의를, 수정같이 맑고 시원한 깨끗함을, 그리고 강직성과 고결함이 그것이다. 한재는 도학자(공부인)로서 늘 쇄신하려는 마음자세로 정신을 수양하고 정신적 즐거움을 얻으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차 생활을 매우 중요시 했다. 또한 차를 마시는데 그치지 않고 정신수양과 정신적 즐거움이 한 단계 위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나아가 오심지다(吾心之茶)로 승화시켜 다심일여(茶心一如)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사상을 제시하였다. 즉, 물질적인 측면의 맛과 단순한 표면상의 멋이나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대상으로서의 차가 아니다. 자연을 벗 삼음으로써 얻게 되는 자연의 심미적 웅혼함과 차의 고결한 맛과 향을 통해 우리의 심신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끄는 마음속의 차인 것이다.

한재가 설파한 차의 다섯 가지 공효(功效)와 여섯 가지 덕성(德性)은 차가 우리에게 미치는 놀라운 효능 및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다섯 가지의 공효는 첫째, 목마른 갈증을 풀어주고, 둘째, 마른 창자와 가슴의 울적함을 풀어주고, 셋째 주객(主客)의 정을 서로 즐기게 하고, 넷째 뱃속의 중독에 대한 해독으로 소화가 잘 되게 하고, 다섯째 술을 깨게 해독해 준다. 또 차의 여섯 가지 덕성은 사람으로 하여금, 첫째 오래 살게 하고 덖을 닦게 하며, 둘째 병을 그치게 하고, 셋째 기(氣)를 맑게 하고, 넷째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다섯째 신령스럽게 하고, 여섯째 예의롭게 한다.

아마도 이런 까닭에, 차를 단순한 마실거리가 아닌 일생동안 즐겨도 싫증나지 않는다 하였을 것이다. 필자 역시 차를 벗 삼은 이유라 할 수 있다. 내 마음안의 차 한 잔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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