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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나이아가라의 심장 소리가...

[에세이-고향생각]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7.01 00:00
  • 수정 2018.07.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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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내려놓고 남편과 함께 미국과 캐나다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패키지여행의 장점은 짧은기간 내에 많은 정보들을 접하면서 다양한 명소들의 노른자위를 볼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경쓰이는 식당이나 호텔을 결정하는 일과 붐비는 관람지역들을 미리 예약 해 주므로 내게는 아주 효율적인 여행이었다.

9박 10일의 여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건만, 아직도 내 심장은 미묘한 떨림으로 흥분이 계속되고 있었다. 내 일생 처음으로 만났던 '나이아가라'는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다음 일정이었던 캐나다 토론토는 기억속에서 흐릿하게 퇴색되어 있었다.

눈을 감아도 그 우뢰와 같던 폭포의 뇌성과 숨을 멎게 하던 장엄한 자태는 여행하는 동안 내 내 나를 쉬이 잠들지 못하게 하였다. 그곳을 떠나던 날, 차창 밖으로는 병풍처럼 둘러싸인 나이아가라 폭포가 아침햇살 속에서 오색찬연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옛 시조 한 가락이 마이크를 타고 고즈넉이 울려퍼졌다.

"석벽이 홀연히 깍아지른 듯 가파른 절벽이 백여장(丈)서 있었으니, 물길이 절벽에 걸린듯이 쏟아져 내려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하다. 물길의 기세가 서로 격돌해서 물빛은 혹은 푸르게 혹은 붉게 빛을 발해서 수 백개의 무지개가 걸린 듯하다. 폭포 아래 푸른 강물 위에는 흰 눈 같은 물보라가 공중에 가득하니 실로 천하 장관이다....(중략)... 우리는 지하 동굴 가운데로 백여보 따라가다가 햇빛이 들어오는 곳을 바라보니 갑자기 머리 위에서 수 만개의 천둥치는 굉음이 울리고 눈보라 같은 물보라가 어지러이 흩어져 사람의 이목을 깜짝 놀라게 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니 우리는 저 폭포수 석벽 아래에 서 있었다. 겁이 나서 우리는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곧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와 서로 마주보니 진흙탕에서 싸우던 짐승처럼 보였다. 대개 주인이 안내하던 길은 바로 폭포수 남쪽 언덕에서 굴을 파서 터널길을 만들어 폭포수로 통하게 한 것이다."

이 글은 116년 전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최초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으셨던 이종응님의 [서유견문록] 중에서 발췌하셔서 가이드님이 우리에게 들려주신 것이다.

맹렬한 나이아가라의 박동소리가 쿵쿵쿵~ 내 심장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 마치 하늘과 땅이 열리던 순간의 환희와 경이로운 숨결을 다가가 만져본듯 황홀하였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푸르름들은 여지껏 접해 본 색의 경지를 넘어섰고, 거대하게 피어오르는 물보라와 햇살의 하모니였던 찬란한 무지개빛 사이로 갈매기는 천상에서 보낸 편지처럼 노닐고 있었다.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나이아가라의 심장을 닮고 싶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강인하고 뜨거운 심장, 그 열정과 사랑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고 싶었다. 쉬이 변하거나 퇴색되지 않는 열정, 한번 사랑하면 죽는 날까지 사랑할 줄 아는 그 변치않는 심장의 박동을 내 몸에 새기고 싶었다.

쿵. 쿵. 쿵 ......

나이아가라는 무심해져가는 내 심장을 다시금 펄떡거리게 만들었다. 나이아가라의 열정을 지닌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자신의 일과 사람과 상황을 뜨겁게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느 때라도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감동을 남긴다. 여행자들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던 김영삼, 조남훈가이드님, 그분들은 우리가 만났던 그 장엄하고 신비로운 풍경보다도 훨씬 더 찐한 감동으로 잔잔하게 우리들 가슴속을 평온하게 뎁히고 있었다.
 

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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