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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 옷고름에 흐르는 고요한 눈물

[완도의 자생 식물] 55. 골무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6.30 17:40
  • 수정 2018.06.3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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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 이슬 제치고 문뜩 자주색 골무꽃이 내 앞에 와 있다.
들길을 걷다가 자주색 옷고름에 고요한 눈물이 흐르고 있는 줄 이제 알았다. 산길을 지나 쓸쓸함이 골무꽃 피는 곳까지 슬픔이 얼마나 더 있는지 알지 못한다. 운명 속에 사랑은 슬픔과 기쁨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다.

예행연습이 없이 매 순간 실전에 응해야 하는 그것은 오롯한 사랑이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6월의 풀숲 위를 걸으며 처음도 나중 아닌 현재의 작은 골무꽃밖에 볼 수 없다는 이것을 뚜렷하게 집중을 해본다. 멈춤이란 새로움의 발견이다.

이제 길동무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야생화다. 현재 나와 대면하는 시간만큼 중요한 게 없다. 야생화와 대면하는 순간은 곧 사랑이다. 골무꽃은 쌍떡잎식물 통과식물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이 꽃은 제주도와 울릉도 그리고 남도에서 많이 서식하고 있다. 골무꽃은 꽃잎 색깔이 연한 색깔부터 꽃의 크기가 다양하다. 잎은 마주나고 잎끝은 뾰족하나 잎밑은 심장처럼 움푹 패었다. 잎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고 6월에 보라색 꽃이 줄기 끝에서 한쪽으로 치우쳐서 2줄로 나란히 핀다.

이 꽃은 통꽃으로 꽃부리만 위아래 2갈래로 나누어졌는데 아래쪽이 더 넓고 앞으로 쑥 나와 있으며 진한 자주색 점들이 있다. 아직은 집단으로 피는 골무꽃들을 보지 못했다. 어쩌다가 길을 가다가 수줍게 나타나는 이 꽃은 다른 잡초들 사이에서도 꽃을 피운다. 많은 시인이 기다림 끝에는 그리움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 그리움이 아마 골무꽃 끝에 사랑이 피었는지도 모르겠다. 꽃 모양을 봐서는 골무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왜 골무꽃이라고 하였을까. 열매를 받치고 있는 꽃받침이 골무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르는 것으로 생각된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꽃을 피우는 자연은 그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산과 들엔 야생초들은 새로움을 틔우고 새롭게 꽃을 피우게 된다. 이렇게 새롭게 피어난 데에는 남과 비교할 수도 없고 그 자체가 고유한 가치이다.

가는 길 제쳐놓고 너와 대면하는 시간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길가에 풀 한포기로 태어나서 그 자리에서 즉시 눈길을 주는 것은 너를 사랑하기에 세월이 너무 짧다. 무덤가에 골무꽃은 세속으로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순간의 그리움을 영원히 지키고 싶은 마음뿐. 골무꽃 속에 촘촘히 넣어둔 햇살이 장차 기쁨으로 다시 태어난다 해도 현재 오롯한 마음만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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