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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만드는 체험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 20]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6.24 23:57
  • 수정 2018.06.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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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5월 중순 이후부터 계속되는 차밭 풍광 중 하나는 차 만드는 체험을 하고 싶은 차인들의 발길이 계속 오간다. 가까이는 완도읍에서부터 멀리는 서울경인지역까지 원근 각처에서 차의 맛과 향의 산실 따라 차문화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원초적 여행의 순례가 시작된 셈이다.

개인과 가족, 혹은 차 단체나 차 관련 소모임 단위로 다녀간다. 3명에서 약40명까지. 당일에서 1박 2일, 혹은 여러날 머무르면서 차 만드는 법, 차 마시며 시음하는 법, 품평하는 법, 찻자리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 차와 명상, 그리고 쉼과 휴양을 통한 힐링의 시간 등 차관련 제반 체험을 모두 하고 가기도 한다. 

1차적으로 맑고 청량하한 유기농 친환경 차밭의 자연 환경에 탄성을 자아낸다. 어린시절 여행가기 전날 잠을 설치는 기분으로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오는 설레임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한다. 마냥 즐거워하는 소년 소녀들의 모습 그대로다. 오자마자 한켠에 짐을 놓고 곧바로 바구니 하나씩 들고 차밭으로 향한다. 작정하고 딸 것처럼 달려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 잎 한 잎 작은 찻잎을 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이 느껴질 때면 자못 숙연해지는 마음들이 하나 둘씩 연출되기 시작한다.

이윽고 높은 온도로 달궈진 솥에 찻잎이 들어갈 때면 그 집중도와 몰입력은 놀랍게 변신하기도 한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 송글 맺히고, 점점 지쳐가는 심신을 뒤로하고 온 힘과 정성을 다해 만드는 전 과정에 서서히 빠져들고, 드디어 마무리 과정에 이르면 더욱더 진지해 진다.

함께한 인연들과의 교감과 소통력은 이미 남다른 친화의 정과 소속감으로 깊은 유대를 갖게 해 준다. 시음 할 때도 저마다 자기가 만든 차의 맛과 향에 대한 깊은 감동과 탄성을 지르고, 온 정성을 다해 만든 차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신기한 경험은 이미 차인으로서의 완성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차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경험하고, 함께하는 이들과 서로 자연스레 소통하여 나름의 깊은 깨달음의 세계도 경험하게 해 주는 특성을 갖고 있는 묘한 문화적 특성을 가진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래서 차를 정신문화의 꽃, 소통문화의 꽃이라고도 한다.

이들 뿐이 아니다. 이들을 지켜보면서 필요에 따라 안내하고 알려주며 도우미 역할을 하는 마음도 남다른 느낌이 있다. 일반 풀잎 같은 잎이 300도가 훨씬 넘는 고온으로 덖고 비비는 여러 과정들을 통해 신기한 맛과 향으로 세상에 탄생시키는 제다의 과정은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내는 존재들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때가 종종 많기도 하다.

차의 향기는 참으로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진리적 묘법 세계의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차 한 잔에 담겨있는 맛과 향의 매력에 함께 빠져 보는 것, 그것은 새로운 세계로의 멋지고 아름답고 귀한 우리네 삶의 귀한 여행 위의 또 다른 여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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