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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치마저고리는 어머니의 넓은 사랑[완도의 자생 식물] 50. 땅비싸리
신복남 기자 | 승인 2018.06.09 20:51


산속에 풀꽃들은 세상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자기가 태어난 곳이라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아니다. 무심히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곳에서 깊은 생각이 잠겨있다.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맨몸으로 기도하는 모습은 가장 깨끗한 세상이다. 산 속에서의 만남은 언제나 새롭다. 전에 만났던 사람도 산에서는 새 얼굴로 비쳐온다. 그래서 산속에 풀꽃들은 내려오지 않는다. 계절의 즐거움은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자들의 몫이다.

계절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작은 풀꽃 앞에 무릎을 꿇어앉아야 한다. 고개를 숙이고 아주 낮은 마음이 필요하다. 산속에 풀꽃을 보는 데에는 마음의 눈을 켜야 보일 때가 많다. 보이지 않는 세계도 관심을 가질 때 마음의 공간이 커진다는 걸 풀꽃을 보면 알 수 있다. 4월 5월 동안 봄꽃들이 숨 쉴 새 없이 피었다.

이제 꽃들도 쉬는 기간으로 접어들었다. 이때 땅비싸리꽃이 핀다. 잎만 보면 자운영을 닮았고 꽃을 보면 싸리 꽃을 닮았다. 땅과 가깝게 핀 땅비싸리꽃은 싸리꽃을 닮아 비슷한 이름으로 지었지 않나 싶다. 이 야생초는 산두근[山豆根]이라고도 부르는데 산에서 콩과 같은 열매를 맺고 약으로는 뿌리를 이용한다. 주로 부인과 질환과 악성 피부염증 그리고 염료 등에 쓰인다.

또한 산두근의 뿌리에는 알카로이드 성분이 있어 여러 가지 약효를 낸다. 맛이 쓰고 성질이 차다. 열을 내리고 몸 안에 쌓인 독을 풀어주고 종기와 통증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산속에선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하지만 한 가지로 정렬된다. 그것이 산이 주는 매력이다. 땅비사리꽃도 6월이 접어들기 전에 피었다.

한참이나 피어있는 꽃이 아니라 눈을 감으면 피는 꽃이다. 어느 산길을 가든 이 꽃이 핀다. 그러나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선 보이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지 않고선 피지 않는 꽃이다.

뿌리는 쓰지만 꽃은 단 모양이다. 벌들이 많이 모이는 걸 보니. 삶은 연속 고난의 길이지만 영광은 한순간에 온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아주 작은 먼지가 모여 시간이 되고 시간이 모여 세월이 된다.

그 먼지는 하나의 싹을 퇴우는데 일익의 역할을 했다. 시간을 자꾸 쪼개다 보면 섬세함이 나온다. 오늘 새로운 만남은 섬세함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지.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땅비싸리꽃. 그 흔들림에는 노래를 만들고 선율을 움직이게 한다. 꼭 소리를 내어야만 노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숲속에 꽃들은 눈빛 하나로만 아름다운 감성을 다 토해내고 있다.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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