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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천재는 황무지 속에서 꽃을 피운다[에세이-고향생각]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완도신문 | 승인 2018.06.09 20:40


어제 내린 비로 대지는 보드랍고 촉촉한 숨결로 속삭였고 화단의 꽃망울들과 텃밭의 야채들은 말끔한 얼굴로 방실대고 있었다. 맑은 바람, 신선한 오월의 푸르름을 닮고싶어 창문을 활짝 열었다. 호기심 많은 우리집 고양이는 어느새 창가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을 유심히도 살피고 있다. 참으로 평화로운 나의 아침풍경이다.

요즘, 나는 짬짬이 연필드로잉으로 대작가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번도 만나 본 적 없는 희끄므레한 사진 속 인물들을 그려내기 위해 그들의 삶과 인생철학들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그들의 작품들을 관심있게 들여다 보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의 마음을 읽어가다 보면, 가슴이 뭉클 벅차오르고 위대한 작가가 되기까지 그들의 남다른 열정과 집념들은 어느사이 나를 감동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천재들은 탄생되고 있었다.

'진정한 천재는 황무지 속에서 창의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위해 열정을 아끼지 않는 자' 라고 나름 '천재'라는 단어를 정의해 보며 혼자 만족해 하고 있다.

화가들을 그리다가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세잔을 그리려고 연필을 들었다. 흐릿한 사진 속에는 집념에 가득찬 그의 눈동자만 보였다. 따스하고 정의로운 마음을 지녔던 그의 소년시절,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가난하고 병약했던 에밀졸라를 구해주면서 그들은 둘도 없이 절친한 친구가 된다.

둘 다 법을 공부하다가 세잔은 그림으로, 가난했던 졸라는 신문사에 취직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난했기에 경험했던 밑바닥 생활들이 그의 글에 생기를 불어넣어 리얼하게 그 시대, 언론의 쟁쟁한 나팔을 불었던 작가 졸라 1898년 1월13일 프랑스 일간지 <로로르> 1면에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에밀 졸라가 공화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실었었다. 이 공개서한은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그의 목숨을 내건 선포였었다.

이처럼 정의앞에 당당했던 그가 절친한 친구를 비꼬기위해서 소설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에밀 졸라의 대표작 [루공 마카르 총서] 의 열 네 번째 소설 [작품 L'oeuvre] 속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재능 없는 화가 클로드의 모델이 세잔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금이 생겼다. 졸라가 보내준 소설을 읽은 세잔은 "이렇게 훌륭히 추억을 담아주어 감사하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30여년 간의 우정에 결별을 선언했다.

가장 사랑하고 신뢰했던 친구의 간접적인 평가를 되뇌이며 그는 박물관 속의 미술처럼 웅장하고 단단한 그림세계를 구축하기위해 그의 신념을 불태웠을지도 모른다. 친구 졸라에게 부끄럽지 않는 미술계의 거장으로 우뚝 서는 날을 위해 그는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을 그려내고 또 그려냈을 것이다.

잠언 27:17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빛나게 해주는 진정한 친구였음이 분명하다. 때로는 친구의 아픈 한 마디를 통하여 나를 들여다 볼 줄 아는 혜안을 우리가 가질수 있다면, 우리들의 얼굴은 더욱 빛이 날거라고 나는 생각해 본다.
 

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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