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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심연에서 퍼올린 눈빛[완도의 자생 식물] 47. 수수꽃다리
완도신문 | 승인 2018.05.07 15:56


"라일락꽃 피는 봄이면 둘이 손을 잡고 걸었네. 꽃 한 송이 입에 물면은 우린 서로 행복했었네. 라일락꽃 지면 싫어요. 우린 믿을 수가 없어요. 향기로운 그대 입술은 아직 내 마음에 남았네"이라는 라일락꽃의 노랫말이 70년대 말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라일락 꽃이 무슨 꽃인지 몰랐다.

기억에도 어렴풋이 라일락 껌이 있었는데 그때 라일락 꽃은 몰라도 향기가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었다. 시와 노랫말 그리고 문학에서 라일락으로 많이 쓰여 지고 있다. 라일락은 아랍어에서 기원한 리라라고 하는데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꽃이다. 그 유명한 베사베 무초라는 노래에서 "베사메 무초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라일락꽃) 피는 밤에" 나오는 노랫말이 바로 이 꽃이다. 그런데 이 꽃의 순우리말이 있었는데 귀에 생소하지만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수수꽃다리와 비슷한 꽃나무는 정향나무, 개화나무가 있다. 수수처럼 꽃들이 달렸다고 수수꽃다리는 서양에서는 라일락이다.

조선 말엽에 원예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꽃을 따서 말려 향갑이나 향궤에 넣어 두고 방안에 은은한 향기가 돌도록 했으며 여인들의 향낭에 들어가는 꽃이기도 했다. 지금은 정원마다 한그루씩 심어 있어 오월이면 쉽게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마을 골목길에 수수꽃다리 한 나무만 있어도 금세 눈치를 챈 벌과 나비들이 봄의 향기를 부지런히 날리고 있다.

이 꽃이 피면 봄꽃들은 마무리 단계다. 곧 찔레꽃 향기가 산과 들판에 끝없이 펼쳐질 것이다. 수수꽃다리는 낮에 못다 한 사랑을 밤에도 그윽한 향기로 펼쳐놓는다. 라일락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라일락 향기가 가득한 껌을 수줍게 내밀었던 기억이 난다. 비록 라일락꽃을 몰랐어도 그 향기만은 입에서 맴돌았다. 나이가 50대가 된 중년의 소녀들은 하트모양처럼 생긴 잎을 물고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다는데 그 사랑이 잘 이루어졌는지 궁금해진다. 아니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여전히 소녀의 마음처럼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영원히 늙지 않는 꽃은 수수꽃다리다.

아주 깊은 물은 늘 푸르듯이 내면의 심연에서 퍼 올린 눈빛은 항상 꽃을 보게 한다. 나무도 나이가 있다. 그러나 늙지 않은 내면의 자유가 있기에 해마다 새 꽃으로 핀다. 오월은 웃음꽃이 모여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꽃 속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진부한 것들을 들어내고 새로운 내면의 세계를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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