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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에서 나는 향이 가슴까지 밀려와

[완도의 자생 식물] 44. 족두리풀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4.28 16:15
  • 수정 2018.04.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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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은 삶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지식은 지혜가 있어야 빛이 난다. 생활에만 치우치면 삶이 딱해지고 지식만 치우치다 보면 머리에 과부하가 생긴다. 일상 속에 삶이 깊은 골짜기에서 내면화될 때 어느 날 그 기운이 융성해져 높은 산 위에서 들판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봄꽃, 봄나물은 깊은 골짜기에서 삶에 대한 길을 물어왔다. 취나물은 뿌리가 그리 많지 않으나 그윽한 향이 있어서 생각을 맑게 한다. 족두리풀은 뿌리가 많아 생활은 복잡할지 모르나 그 뿌리에서 나는 향이 가슴까지 밀려와 삶을 뜨겁게 데운다. 둘 다 잎이 나는 시기는 같으나 취나물은 가을에 꽃이 피고 족두리풀은 잎이 벌어지자 가장 낮은 곳에서 꽃을 피운다. 산에서 나는 취나물은 봄나물 중에 제일 맛이 좋다. 족두리풀은 약효가 뛰어나 한약제상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된다고 한다. 어릴 적에 시골친구가 은단뿌리라고 하면서 씹으면 은단냄새가 난 기억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족두리풀이다.

족두리풀은 다년초로서 뿌리줄기는 가늘고 길며 수염뿌리가 많다. 잎은 줄기 끝에 두개가 나며, 사람의 콩팥모양이며 길이 10~15cm이다. 꽃은 4~5월에 쥐방울 모양의 홍자색이 핀다. 족두리풀을 세신이라고 하는데 뿌리가 가늘면서 매운맛이 있기 때문에 세신(細:가늘세 辛:매울신)이라고 한다. 뿌리를 캐어 코에 대보면 시원한 향이 가슴을 뚫리게 하며 그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한다. 전국 각지에 높은 산골짜기에서 넓은잎나무 밑의 비옥하고 습한 그늘에서 잘 자란다. 다른 이름으로는 족도리풀, 만병초, 놋동이풀, 자주족두리풀로 불린다. 민간에서는 간염 치료와 소염제로 사용한다. 두통, 신경통, 요통, 이가 아픈데, 관절염, 근육통, 감기, 만성 기관지염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그야말로 만 가지 병을 다루는 만병초이다.

족두리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여인들이 머리에 쓴 족두리 모양처럼 생겨서 족두리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봄 산에 야생초는 마른 나뭇잎을 살짝 제치고 올라오는 모습이 새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족두리풀도 긴 숙면의 잠을 깨우고 기지개를 켜고 일어선다. 이들은 하나의 삶을 위하여 부지런히 물을 올리고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면서 꽃을 피우게 된다.

하나의 생명이 계속 이어진다고 해도 순간순간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두가 똑같아 보이는 족두리풀도 자세히 보면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내 안에서 새로 고침이 반복하면서 살아있는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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