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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님, 완도에 문화를 칠하고 싶습니다![특집]봄
완도신문 | 승인 2018.04.09 15:19

편집자 주> 봄이 밀어 올린 꽃대인지, 나무가 피워내는 꽃대인지 무슨 상관이냐만은 나는 또, 왜 떨리는지! 그 꽃대 위로 한 마리 나비가 날아드는 일일뿐인데 내 심장은 또, 왜 아득해져만 가는 것인지... 꽃이 피어나는 일인지, 그대 향한 그리움이 피어나는 일인지, 아님, 애초부터 나의 일이었는지... 이 봄은...
 

작년 이맘 때였다. 개나리가 필 무렵.
면장님께 “문화예술마을 프로젝트”를 해보겠다며 몇 달 동안 계획서를 만들었었다.
생일면에 근무하던 당시, 이른 저녁을 먹고 매일처럼 비좁은 복지회관에서 팔십이 넘은 상쇠어르신과 주민들이 발광대놀이 연습을 하던 모습을 보며 기획하기로 맘 먹었던 프로젝트.

어떤 방식으로 지역의 문화를 효과적으로 전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부터 시작을 했다.
생각 끝에 조각을 같이 공부했던 대학선배에게 지금은 전국조각가협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작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 “바다를 배경으로 기획전시 한 번 할까요?”라며 운을 뗐다.

카페도 없는 곳에 내 작품을 들러리로 세울 생각은 없다는 냉정한 대답만 듣고 말았다.
카페는 커녕 학원 하나 없는 곳이 맞긴 했지만 마음 한 켠이 서운했다. 
설치 미술로 바쁘게 활동한다는 후배 작가들도 만나보고, 몇 해 전 디자인 법인 회사를 차렸다는 학생시절 화실 선생님도 찾아가봤다.
대답은 비슷했다. 완도까지는 또 너무 멀다는 핑계성 답변만을 들어야했다.

부산에는 감천마을(사진)이라는 유명한 동네가 있다. 이곳을 견학가려 했더니 어떤 이들은 “못 사는 동네도 구경 가느냐?”고 한다. 산꼭대기까지 빼곡히 들어선 작은집들이 계단식으로 자리 잡고 온 마을이 벽화로 뒤덮인 곳이다. 골목마다 멋진 그림과 글귀가 가득 새겨져 있다,
마을 여기저기에는 웃음 가득한 조형물들이 흩어져 있고, 카페가 즐비해 있다.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미술이 방 하나를 가득 차지한 두어 평 남짓한 주택갤러리가 골목마다 자리를 잡고 있다.
값비싼 예술 작품을 파는 갤러리, 부유층들이 즐긴다는 전시관이 그 동네에 있다.
미술관 안팎에 있을법한 자연을 혹은 여느 인물을 똑같이 그린 사실주의 작품들과 아름다운 색채들이 조형적 질서를 이루며 시각적인 언어들로 표현된 고고한 작품들이 그 동네에 있어서 간다.

작품들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주민들의 애환부터 재건축이 여의치 않아 문화예술로 단장하여 200만명의 관광객 맞아 살아나는 과정까지를 고스란히 담아 주민들의 삶과 미래를 이야기하며 도도하게 서 있다.

감천 마을의 문화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고민을 시작하게 했다.
인터넷을 뒤져서 대통령상 수상을 했다는 청년 작가 팀을 수소문해서 만났다.
조각을 전공했다는 말 한마디에 내 제안을 받아 들였다.
‘완도 문화에 색을 입혀 보시지 않겠냐는.’

생일면의 케이크 조형물도 금이 나왔다던 마을 스토리를 엮어 바닷물과 태양빛에 움직이는 키네틱아트 디자인을 해보고, 888명의 생일면 거주자들의 발을 본떠 주민과 함께 만들어보는 발·발·발이라는 발광대 상징 조형물을 세워보자는 스케치도 함께 해봤다.

구상을 시작한지 2개월 만에 발령을 받는 바람에 나의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다.
생일도 발광대놀이는 조선후기 전문연희패들에 의해 전승되어온 발에 탈을 쓰고 노는 놀이다. 현재는 생일도발광대놀이보존위원회가 전남도 무형문화재 등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근무지를 옮겨서 고금면사무소다.
고금면에는 덕동리 역사마을이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누란의 위기에서 이충무공이 명량해전의 승리 후, 조선수군을 재건해 저 노량의 앞바다에서 왜적을 물리치고 전사한 곳이다. 역사적 공간을 복원해야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곳. 주민들과 공무원, 그리고 전문가와 예술가들이 모여서.
 

김은정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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