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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입술 아름다운 청초한 아가씨 나무

[완도의 자생 식물] 42. 명자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4.07 18:47
  • 수정 2018.04.0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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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달이 뜨고 산이 검게 되어도 나는 붉은 꽃이 되겠다. 사랑 때문에 잠들지 못해도 고요히 잠든 그리운 향기가 되겠다. 잠깐 지나간 철새가 나를 흔들어 놓아도 파란 하늘에 침묵의 붉은 명자꽃 옆에서 영원히 서 있겠다. 그 사람 아니면 못 살 것 같은 사랑의 열병을 알았던 그때에 열렬한 붉은 명자꽃 옆에서 한 참이나 피어있던 임의 눈물을 보았다. 촉촉한 봄비에 한꺼번에 사랑을 토해내도 사랑은 남는 것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명자꽃 피고 져도 사랑하는 일이 많아진다.

아침 일찍 새소리가 오묘해지면 파란 하늘가에 붉고 명랑스럽게 피어있는 명자꽃. 마음 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진다. 봄에 붉게 꽃피는 나무는 홍매화와 동백꽃 그리고 명자꽃이다. 남도에 피는 동백꽃은 곱고 단아하게 피는 것이 수수하면서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그리고 명자꽃은 그 키가 훨씬 작지만 단아한 꽃잎에 피어 있는 자태에 정열의 가슴이 더해져 마음이 설레게 하는 꽃이다.

명자나무는 떡잎 식물로서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관목이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2m 정도 자라고 관상용 또는 울타리에 심으며 남부지방에서는 정원수로 심는다.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하기도 하며 잎은 어긋나고 양끝이 좁아지는 타원형이며 잎 둘레는 톱니 모양이다. 꽃은 단잎으로 3월 하순에 피고 지름이 약 2cm~3.5cm이며 가지 중간에 1개 또는 여러 개가 붙어 달린다. 꽃은 붉은 꽃, 분홍 꽃, 흰 꽃, 흰색에 무늬가 있는 것 등 다양하며 모양은 매화와 비슷하고 향기가 진하다. 산당화, 보춘화라고 부르기도 하며 은은하고 청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아가씨 나무라고도 한다.

명자꽃은 육지 끝에서 바다를 향해 펄럭이는 초년의 그리움처럼 아름답고 봄 햇빛 속에선 꽃인지 붉은 마음인지 구분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언제나 봄이 오면 울타리 사이에서 결코 맞닿을 수 없는 봄볕과 봄비처럼 절대 그리운 사랑 하나 생각나게 하는 붉은 명자꽃이 봄속에 봄을 보는 듯하다. 잎이 나기 전에 온몸에 붉은 입술을 달아 놓은 명자꽃은 옆집 ‘명자’라는 이름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꽃이다.

우리 세대 여자들의 이름은 주로 봄 ‘춘’자와 아들 ‘자’자를 많이 섰다. 봄은 모든 기운을 북돋게 한다. 그 꽃의 에너지로 이름을 지었으니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춘순, 춘자, 춘례, 춘복, 명숙, 명자는 실제 내 주위에도 있고 봄처럼 부지런한 중년의 여인이다. 새롭게 명자꽃이 피었지만 아주 옛날에 피었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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