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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자 내심장이 덜컹

[특집]봄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3.24 17:52
  • 수정 2018.03.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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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봄이 밀어 올린 꽃대인지, 나무가 피워내는 꽃대인지 무슨 상관이냐만은 나는 또, 왜 떨리는지! 그 꽃대 위로 한 마리 나비가 날아드는 일일뿐인데 내 심장은 또, 왜 아득해져만 가는 것인지... 꽃이 피어나는 일인지, 그대 향한 그리움이 피어나는 일인지 아님, 애초부터 나의 일이었는지... 이 봄은...

 


시절은 늘 똑같은 봄을 가져 다 주지만,봄은 나에게 매번 또다른 봄을 선물해준다.
올해의 3월, 내 기억에서 어떤 추억 아니면 어떤 아픔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같지 않은 고민을 해본다. 선물 같은 이 봄날에.

감성과 이성 그리고 언어의 충돌을 앓고서 스치듯 만져지는 달콤하지도 않은 그리움이라는 간절함이란 나에게 인스턴트커피만큼 중독성 강한 끌림으로 다가오는 중이고, 어둠이 고요를 부르고 고요는 외로움에 지쳐 스러지며, 그들처럼 고독하다가 잠을 청해도 새벽녘 어둠을 채 밀어내지도 못한 시간에 가슴시리는 감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떤 문인의 한 줄 시어처럼 "중년이라고 사랑을 하면 안 됩니까?"
그 대상이 자식이든, 이성이든, 아니면 특정한 사물이든 간에...
사랑은 어떤 굳건한 운명마저도 가볍게 옆으로 밀어내는 부드러운 바람결이고, 사랑은 만성질환 같은 질병처럼 결코 나에게서 떨쳐 낼 수 없는 그런 것.

사라지길 기다리면 그 감정에 익숙해져 고통마저 분신처럼 안고 가야할 모진 병처럼 스며드는 감정의 산물처럼.
그럼에도 때론 환희롭게 하늘을 날게 하는 오묘함에 우리는 사랑 앞에서 무기력해 지는지도... 심오한 진실인데, 그 반대 또한 심오한 진실인 것처럼.
어느 봄날 사춘기처럼 들떠 있는 내게 친구가 꽃 보러나 가자고 말한다.
고민도 없이 남편에게 통보 비슷한 걸 해놓고.. 계획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는 당당함과 배짱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가는 내내 헛헛한 웃음이 절로 새어나온다.

고결함이 숨 쉬는 매화 마을로의 일정.
예상보다 차량이 더 밀렸다.
그 자태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 새침함도 이리 고울 수가 있을까?...
섬진강 줄기를 길 동무삼아 사목사목 걷는 발걸음 옆에서 왜? 인지 묻지 않는 친구.
그저 너와 함께 하는 길이라서 마냥 좋다고 해 주는 친구가 나를 마음의 부자로 만들어준다.

눈앞에 그려지는 매화에... 하루의 시작을가슴 시리게 했던 그 떨림이 또 나를 깨운다.
그 아픔(애잔함)이 감당하기조차 버겁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자각하게 하는 행복한 고통이다.

드디어!
매화마을이다.
해끗해끗한 잔설 머금은 꽃망울 터트리는 소리가 토도독 햇살에 물들고, 지상의 마을로 내려 앉은 구름 꽃잎이 수런거릴 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잔잔한 향 품은 당신의 호흡을 느꼈다고.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채!
그 순간만큼은  어쩌면 달달한 데이트의 시공간이 존재했던 건지도 나는 우습게도 막연한 상상이 설레게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도 궁금한 원초(본능)적인 바램이라고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을 수도 모르겠다.

문득 누군가의 목소리가 바람에 섞이고 심장이 느껴졌던 그 순간, 사람이 그립다.
냉철함이 아닌 외압길의 봄볕처럼 달콤한 입술을 품은 한 사람의 안부를 바람에게 묻는다.
내 마음을 하늘을 배회하는 한마리의 새 에게도 들키지 않기를...

괜찮은 척 환한 미소로 친구를 마주보니. 저 꽃보다 예쁜 척 하라고.
그 고결함 옆에 나를 세우고 세상에서 가장 고운 소녀로 만들어 줄 테니 웃어라 해맑은 지령을 내리기도...
그렇게 행복이란 특별함과 소소함을 넘나드는 일상에서 비롯될 수도 있음을 친구가 가르쳐 준다.

먼 후일 어느 봄날의 설레임을 말하게 될 때 지금을 살고 있는 순간순간이 나의 봄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지금까지의 생애 중에 가장 뜨거웠을 올해의 봄날을 지나가는 중이다.
 

김지민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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