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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출장 그리고 애플쿠키

[에세이-모도에서]박소현 / 모도보건진료소 소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3.23 19:06
  • 수정 2018.03.2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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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 모도보건진료소 소장

첫 출장.
의료원에 갈 때는 동료 언니들이 태워주신 버스에 올라 쉽게 도착해 무사히 일을 보고 다시 금일로 가는 버스를 탔다.그런데 이상하다.보건지소 앞까지 갈 줄로만 알았던 버스는 송곡항에서 나를 내리고, 배를 타고 건너니 다시 오른 버스는 고금터미널에서 또 내리라 한다.

내려서 약산항으로 가는 버스표를 사고 기다리니 의자에 앉은 어르신들이 여름 햇볕에 얼굴 그을릴까 큰 챙모자를 쓰고 외국 나갈 적에나 들고 다닐 큰 가방을 끌고 다니는 내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신다. 그러다 한 어머니가 말씀을 건네신다. 

“아가씨 어디로 가는가? “ 저 금일보건지소요.” “어디서 왔는가?” “ 아! 저 지소 새로 온 직원이여요. 출장갔다 와요.” 그러자 오늘 차가 한 번에 안간다 하시며 본인따라 타라 하신다. 버스타고 당목항에 가서 내려 또 배를 타고 일정항에 내렸는데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배 2층에 혼자 서있던 나를 내릴 때 기다리고 계시던 어머니. 내 짐도 짐이지만 제사라도 있으신지 생선박스에 양손 가득한 그 어머니 짐을 같이 들고 배에서 내렸다. 어찌해야 하나 애를 태우는데 그 어머니가 다시 내게 오시더니 “ 아가씨! 내가 택시 부르께 나랑 같이 타고 가다 나 내리고 지소에 내리면 되것네. 같이 타고 가세”하시며 휴대폰도 없으신지 콜택시를 부르러 매표소에 가신다.

십여 분이 흐르고 하얀 콜택시가 도착하고 차 뒤 트렁크에 짐을 싣고, 나는 기사님 옆자리 어머니는 뒷자리, 도장리 한 번 들렀다 감목리 지소가자 하고 좀 달리니 기사님이 말씀하신다.

“ 둘이 식구믄 7천원, 아니믄 각자 칠천원” “ 저 막내딸이여요” 씩씩하게 답하고는,
나는 눈치가 없어서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보기만 했던 그 눈짓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다. 한쪽 눈을 찡그리고 입도 살짝 비틀며 앞자리에 앉은 죄로 뒤로 고개까지 돌려 “ 엄마! 엄마는 먼저 집에 가서 있어. 아빠 밥도 드리고... 나는 지소 물건 가져다 주고 갈게.”

이렇게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어리둥절...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어머니께 “알았제? 금방 갈라니까 먼저 집으로 가!”

어머니 집앞에 도착하고 나는 차에서 같이 내려 트렁크에서 짐을 옮기며 애가 타서 “ 엄마 얼른 들어가! 얼른 짐만 주고 올게” 하자,그제서야  눈치채신 어머니는 내 귀에 대고 “ 아가씨! 너머 고맙네. 우리집 찾기 안어려운께 꼭 놀러 오소” 하신다.

다시 택시타고 금일보건지소 앞에 내릴 때, 택시기사님은 이미 다 눈치 체 셨는지 만사천원을 내라 하시니 아까 식구믄 칠천원이라 해놓고 왜 다 받냐 따지니 그럼 만원내라 하신다. 만원 드리고 내리고 그 뒤에도 출장 다녀오다 버스가 없는 날이면 그 기사님이 주신 명함으로 전화해서 뱃머리로 와주실 수 있냐 자주 타곤 했다.

그러고 한 달이나 흘렀을까? 출근해서 있는데 “신지에서 온 아가씨를 찾으시네”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검정 비닐봉지를 손에 든 어머니가 나를 보고 활짝 웃으신다. 일단 내방으로 모시고 가서 보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안왔는가? 일요일에 배 안떠서 못가믄 우리집에 와. 내가 맛난거 해놓고 기다릴란께” 그때야 알아 뵙고 얼마나 반갑고 죄송하던지... 파스 한 장 호주머니에 넣어 드리고” 엄마 못알아봐서 미안하네. 내가 꼭 집에 안갈 때 갈게.” 했더만 웃으시고 다시 택시타러 가신다.

나는 알아보지 못한 미안함에 한 번 꼭 안아드리고 택시 타러 가시는 길 손잡고 모셔다 드리고 와서 책상에 보니 두고 가신 검정 비닐봉지에 과자가 두개나 들어 있다.

첫 발령, 첫 출장, 그리고 첫 선물...나는 발령이 나서 모도로 오기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혹시 어머니는 이번 바람 부는 주말에도 혹시 내가 오기를 기다리시지 않을까? 마음을 열면 처음 본 사이라도 쿠키처럼 달콤한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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