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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의 의자에 앉으면...

[문학의 향기]지옥-연옥-천국의 신곡 3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8.03.23 16:57
  • 수정 2018.03.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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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이를 좋아합니다.
그의 눈썹을 한 번 보세요!
짙은 그의 눈썹 안에 들어가면
저 거센 빗줄기를 피할만큼 정말 황홀할 것 같지 않아요?
그의 눈망울은 보면 나는, 그곳에 풍덩 빠져 버릴 것만 같아요!
그에게로 가고 싶어요!  그래요, 그래요, 그가 있는 그곳으로 지금 당장 날아가고 싶어요. 아아, 하지만 그는 그곳에 없네요. 이젠, 그의 곁에 내 마음이 없으니까요. 그가 그리워 애가 탈 지경이에요. 너무 고통스러워요! 미칠 것 같아 모든 것을 잊고 싶어요! 그이를 사랑하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면, 오오, 아버지시여, 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어요!
아버지시여! 제가 불쌍하지 않으세요? 아버지시여! 정녕, 제가 불쌍하지 않으세요? 아아, 이제 난 레테의 강으로 달려가 몸을 던지겠어요.
저승 앞에 흐르고 있다는 망각의 강. 이 강을 건너면 이승의 모든 기억은 잊혀진다. 하지만 이 망각의 강도 사랑의 추억만은 지우지 못했으니... 그런데 이 사랑의 아픔까지도 지울 수 있는 하데스의 앞, 레테의 의자(Chair of Obilion).
한 여인이 레테의 의자 앞에 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여인아! 그대는 왜 이 의자에 앉으려 하는가?
“아, 제 고통이 너무나 참렬합니다”“제 마음이 너무나 비탄에 있습니다”
“그래? 그대가 이 의자에 앉으면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고통과 아픈 일들을 한순간에 잊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꼭, 앉지만은 말라!”
신비의 목소리에 여인은“아아, 정말인가요?”
“정말, 이 의자에 앉으면 슬프고 참담한 모든 고통들이 일순간에 사라진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앉아야겠습니다”
여인이 레테의 의자에 앉으려 하자, 다시 들려 오는 목소리.
“잠시 멈춰라! 여인아!”
“그대가 여기에 앉는 순간 그대는! 그대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그대의 아름다운 시간들까지도 영영 사라질 것이다”
“여인아! 그대가 고통스러운 건, 지금 그대가 아름다움 속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고통없는 인생이란 없으며 고독을 연료하지 않는 아름다움이란 없다. 고통이 없다면 그건 이미 아름다움이 아니다.”
“저, 십자가에 박힌 예수의 손에 못자국이 나기 전, 그의 손은 목수 일로 생긴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
“도끼질을 하는 그 시간보다 그 도끼의 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어느 누구나 쉽고 행복하기만 한 인생이란 없다. 너무 고통스러워 어떤 때는 벼랑 끝에 홀로 서 있을 때가 있고, 어떤 때는 광막한 광야를 한 마리 벌레처럼 헤매일 때가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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