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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문학의 향기]지옥-연옥-천국의 신곡 2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8.03.23 09:18
  • 수정 2018.03.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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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시선을 마주쳤는지 모릅니다”“그때마다 얼굴빛은 빨갛게 변해가면서... 그때 피했어야 했는데, 정말 그때... 흐흐흑”
잠시 슬피 우는 프란체스카! 이어 말하길,“우린 다음 한 구절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아아! 그 한 구절!”
“란슬럿이 동경하던 그 멋진 미소를 가진 여인(귀네비어 왕비)에게 입을 맞추는 그 구절을 읽었을 때, 이이는 내게서 영원히 떠날 수 없게 되었고, 떨리며 내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아아! 우린 그 구절에 마침내, 마침내, 감염 되고 말았습니다”
“신비롭고 새로운 카타르시스의 세계를 선사해 준 파울로!”
“그가 말했습니다. 한 사람이 저 가을날의 눈부신 햇살처럼 내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음을! 한 사람이 저 가을날의 소슬한 바람처럼 불어와 내 마음을 간지럽히고 있음을! 한 사람이 저 가을날의 영롱한 별빛처럼 내 심장 속에서 반짝이고 있음을!”“오오... 그대가 나에게 들어왔습니다. 그대가!”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다 잃고라도 넋이 되는 먼 훗날까지 그 넋이 부활해 완전히 사라지는 날까지, 거룩한 별빛과 온유한 달빛처럼 눈부신 그대 앞에서 나는 영원히 행복하여라!”“하지만 이 감미로운 키스가 죽음을 재촉하는 독약임을 우린 진정 몰랐습니다”“그 책은 갈레오토. 그날 이후 우린 더 이상 함께 책을 읽지 못했지요”
한 사람의 혼인 프란체스카가 단테에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의 혼인 파올로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단테는 너무나 애처로워 죽은 듯 넋을 잃고서 사체가 넘어가듯 쓰러지고 말았다. 둘의 사랑은 용서받을 수 없는 간음에 해당되어 당시의 법에 따르면 죽음을 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들게 됐다.
결국 염탐꾼에 의해 둘이 사랑을 나누고 있는 장면이 형 조반니에게 전해지면서 두 사람이 한창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몰래 들어온 조반니에 의해 두 사람의 목을 베어 죽게 됐다. 두 사람의 시신은 중세의 법률에 따라 수치스러운 죄인으로 선고 받아 장례미사도 치르지 못한 채 묻히고, 구원받지 못한 그들의 영혼은 어두운 지옥으로 향하며 두 연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사랑으로 삶을 버린 망령, 탐욕스러운 자, 절제를 모르고 부를 유용한 자, 분노를 이기지 못하는 자, 자기 중심적인 자, 사기꾼, 고리대금업자, 살인자, 재능을 남용한 자, 도둑, 이간질한 자, 불화와 분열의 씨를 뿌린 자, 허황된 자, 아첨하는 자 등의 혼이 가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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