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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가 망령을 만난 단테

[문학의 향기]지옥-연옥-천국의 신곡 1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8.03.21 08:50
  • 수정 2018.03.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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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불행 속에서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만큼 더 슬픈 일이 있을까요?”“그건, 나보다 당신이 더욱 잘 알겁니다”“우리의 사랑이 어떻게 시작했느냐고요?”“당신이 그토록 알고자 하신다면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할께요”

단테는 애욕의 죄를 범한 영혼들이 형벌을 받는 지옥의 제2원을 지나던 중 채찍처럼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서로를 끌어안은 채 떨어질 줄 모르는 연인을 만났다.

비련의 남과 녀. 이 두 사람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인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였다. 두 사람은 간음한 죄로 비참하게 살해되어 지옥을 떠도는 망령들. 망령들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한 단테는 어떤 잘못을 저질러 이 지옥에 떨어졌는지를 물었다. 단테의 질문에 감정이 복받친 형수 프란체스카는 자신들의 저주받은 사랑을 마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백했다.

“남편인 말라테스타 가문과 저의 폴렌타 가문은 상권에 대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결혼을 계획하였지요”“말라테스타 가문에는 두 형제가 있었어요”
“젊고 잘생긴 동생 파올로와 그의 절름발이 형 조반니”
“저는 상속자인 형 조반니와 결혼을 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전, 정략결혼이 싫어 애초부터 결혼을 안하기로 고집을 부렸죠” “얼마 후, 성문으로 들어오는 한 사람이 보였어요!”
“정말,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눈부신 햇살 하나가 제 가슴으로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죠”
“꿈에도 그리던 이상향! 동생 파울로였습니다”“전 한 눈에 반했고, 그와 결혼하는 줄 알고 이 결혼을 승낙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첫날밤. 새벽에 잠을 깬 프란체스카는 그와 같이 밤을 보낸 사람이 파올로가 아닌 불구자 형 조반니이란 걸 알고 기절할 듯 놀라고 만다. 찢어지는 가슴, 누구도 말할 수 없었고 누구도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성주의 아내라는 의무만 강요할 뿐이였다. 세월은 흘러 가문은 점점 번성해 조반니는 여러 곳의 성을 함락하며 승승장구, 성을 비우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은은한 달빛이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밤이었지요”
“우리는 연애소설을 함께 읽게 되었죠”“파울로? 소설에서 란슬럿이 어떻게 해서 사랑이 끌렸는지 알아요?”“프란체스카, 잘 모르겠소! 그러면 우리 함께 책을 읽겠소?”
“단둘이었지만, 난 이미 한 남자의 아내였고 그는 시동생이라 별로 꺼림칙한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린 함께 책을 읽으면서 금새 소설 속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죠! 란스럿이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그의 심장이 저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죠"(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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