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완도-제주간 해저송전선, 주민설명회 취소로 ‘일단 제동’

전원개발촉진법 의거 주민설명회 법적여건 갖추면 완도변환소 입지 변경 어려워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18.02.23 14:23
  • 수정 2018.02.27 16:1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달 9일 한전에서 주민공람을 위해 공고한 완도변환소 및 분기 송전선로건설사업 사업시행계획 내용에 실린 완도변환소 시설물 배치도.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해남과 진도에 이어 완도에 건설하려는 완도-제주 간 #3HVDC(제3 초고압직류송전망) 해저송전선 건설사업이 지난 22일 완도읍 대가용리 주민설명회 취소로 그동안 일사천리로 추진해 오다 일단 제동이 걸렸다. 또한 완도쪽 변환소 입지가 선정되기까지 추진내용도 전혀 군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아 완도 군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도외시한 채 사업 추진의 법적 여건만을 갖추려 한전이 지역출신 입지 선정위원들을 앞세워 이 사업을 추진해 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한전은 해저송전선을 제외한 육지에서 변환소 건설 사업대상지(완도읍 가용리 산28 일원)와 송전선로를 건설할 위치(완도읍 가용리 산32-1 일원)를 지난해 12월 초 확정하고, 지난 9일 ‘완도변환소 및 분기 송전선로 건설사업 사업시행계획(이하 완도변환소 건설사업)’에 대한 주민공람을 이번 달 12일부터 다음달 3월 5일까지 공고했다. 주민설명회는 지난 22일 완도읍 대가용리 마을회관에서 개최하기로 했으나 하루 전 “주민들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한전은 다시 주민설명회 개최를 계속 타진해 보면서 대가용리 마을에서 안되면 완도읍사무소에서라도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으로 3월 14일 완도읍에 장소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한전의 #3HVDC(제3 초고압직류송전망) 해저송전선 건설사업은 완도지역 추진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우선 추진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한전 자체적으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총 11명의 선정위원 가운데 8명의 지역출신 위원들을 위촉했으나 입지 선정과정에서 전혀 회의내용은 주민들에게 중간보고도 없었으며 최종 후보지를 결정해 놓고 통보식의 주민설명회를 강행하려고만 한 것이다.

한전은 주민설명회만 마치면 산업통상자원부로 사업실시계획을 올려 승인만 받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주민들이 반대할 것도, 다시 입지를 선정할 시간과 기회도 거의 사라지고 나중에는 이를 근거로 법적 소송이 진행돼 패소할 것만 남게 된다.
 

전원개발촉진법 제5조의2는 '주민 등의 의견 청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전원개발촉진법 제6조1은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가능한 것은 바로 ‘전원개발촉진법’이라는 특수법 때문인데 이 법은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상위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법에는 전원개발사업자는 실시계획의 승인을 받았을 때 허가·인가·면허·결정·지정·승인·해제·협의 또는 처분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나와 있다. 별도의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통과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민설명회도 이 법 제5조2에 대상사업의 시행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의 주민 및 관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선정부지 심의를 하는 완도군청 지역개발과도 전라남도에 문의한 결과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 사업추진을 하게 된다고 확인해 줬다. 또한 한전에서 문의한 선정부지가 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일부 한전 지역출신 선정위원들은 최종 입지를 결정하는 입지선정위원회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으나 한전의 완도변환소와 송전선로 입지 선정은 더 이상의 선정 절차없이 주민설명회만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22일 완도읍사무소에서 만난 한전 임상환 과장(서남해계통건설실)도 “더이상의 절차는 남아 있지 않다. 주민설명회만 끝나면 산업통상자원부로 사업실시계획을 올려 승인을 받으면 된다”면서 사실상 완도 지역에서 변환소 입지선정을 위한 절차는 끝나 가고 있음을 내비쳤다.

완도변환소 입지로 선정된 김대식 완도읍 대가용리 이장도 “송전철탑이 들어선다는 얘기도 처음 들었다. 주민들의 한전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설명회 개최는 어렵다고 판단해 취소하게 됐다”고 취소 사유를 밝혔는데, 그만큼 한전이 법적여건을 갖추기 위해 일사천리로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여겨진다.
 

한 발전사 고위 관계자는 "제주도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역내 발전만으로는 불어나는 전력량을 감당하기 쉽지 않게 됐다"며 "한전에서 추가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2017년 1월 23일자 매일경제는 보도했다.
제주#3 건설사업은 전남 남부지역 계통보강(Radial 해소) 및 제주지역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추진된다."특히 제주지역은 최근 5년사이에 인구가 10만명 정도 늘어 나는등 급격한 인구 유입이 계속되고 있고 전기차 보급 확대 및 대규모 지역 개발등으로 향후 막대한 전력수요 발생이 예상돼 대책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고 올해 2월 6일자 전력신문은 보도했다.


한전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공하고 있는 논리도 문제다. 한전의 입지 선정위원으로 위촉된 일부 지역 인사들과 한전 임상환 과장(서남해계통건설실)은 이 사업이 “신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으로 제주 전기가 남아 돌아 완도변환소를 통해 육지로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방향으로 #3HVDC 해저송전선을 건설하는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론이나 정부 자료를 찾아보면 이것은 한전이 완도군민들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호도하는 것 밖에 아니다.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매일경제, 한국일보, 전력신문, 주간조선 등의 유수언론들은 제주의 부족한 전력량과 앞으로 막대한 전력수요가 예상되는 것이 완도-제주 간 #3HVDC 해저송전선 건설사업의 목적이라고 분명히 명시하거나 보도하고 있다.

제주는 섬이라 에너지가 고립된 곳이다. 자체적으로 100% 전력공급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족한 전력을 육지에서 끌어와 전력을 공급하는데 그 방법이 HVDC 해저송전로다. 육지 전력의 평균 발전단가는 80원인 반면 제주 지역의 평균 발전단가가 130원으로 가격이 싼 부분도 HVDC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

정부의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해 1998년 해남-제주 제1연계선이 준공돼 본격적인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그때 2006년 해남-제주 제1연계선 해저송전선에 사고가 발생해 제주지역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터졌다. HVDC은 당시 제주 전력공급의 1/3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관광·컨벤션 관련 서비스 산업이 제주에서 발전하면서 지속적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2008년 제주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LNG복합화력 건설을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제2의 HVDC 해저송전로 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제2의 HVDC 해저송전로는 2008년 7월 진도지역의 72개 시민단체가 ‘진도∼제주간 송전선로 및 변환소 건설반대 진도군민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반대투쟁을 하면서 다소 건설사업이 지연됐으나 2014년 준공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3년 국내 최초 전기차 민간보급을 시작한 이래 제주도가 도내 등록 차량 46만여대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로 인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LNG복합화력발전소가 완공계획도 마련됐지만 부족한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제3의 HVDC 해저송전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완도-제주 간 #3HVDC 해저송전로 건설사업으로, 매설 시기도 당초 2025년까지 부설하려던 계획에서 2021년으로 4년이나 앞당겨 졌다.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된‘제주도의 경우 수급 불안 조기 해소를 위해 2025년 준공예정인 #3HVDC를 2020년까지 준공한다’는 내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7년 2월 17일자 2466호 주간조선은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풍력과 태양광이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7월 17일자 ‘주간조선’에서 보도된 내용은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풍력과 태양광이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 전역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했지만 전체 전력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주간조선’은“제주의 풍력발전이 여름철 전력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며 그나마 북서풍이 줄기차게 부는 겨울철에야 15% 정도로 올라가는 정도”라고 보도했다.

결정적으로 ‘주간조선’은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아 발전력이 떨어지면 법적으로 규정한 전기 품질표준인 주파수 ‘60±0.1㎐’를 맞출 수 없다. 전력품질인 주파수에 이상이 생기면 전자제품의 가동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제품수명을 단축시킨다”면서 “결국 ‘2030년 탄소제로섬'을 표방한 제주도의 ‘청정제주’정책도 육지의 원전(原電)에서 생산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육지에서 제주도로 전기를 보내는 두 갈래의 해저송전선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탄소제로’는 고사하고 구석기시대로 돌아갈 판이다”고 비꼬고 있다.

제주도가 2015년 9월 2030년까지 제주지역 전체 전력량의 57%를 육·해상 풍력발전으로 대체하기로 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계획을 확정했으나 늘어나는 제주의 전력량에 따라 전력이 남아돌지, 부족할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사실상 제주에서 남아도는 전력을 가져오기란 먼 미래의 일이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송전탑 2개가 변환소 근처에 세워지는데 환경영향성 평가도 없다는 것도 문제다. 완도변환소 입지는 완도읍으로 오고 가는 도로와 가까워 차량이나 운전자들에 대한 전자파 유해성을 따져봐야 함에도 '간이 입지 환경성 검토'로 대체됐다. 2015년 JTBC는 충남 당진의 한 마을에서 20여명 이상이 암에 걸렸는데 이들 대부분이 송전탑 내 500m 이내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이었다. 방송 내용에 나온 의사는 송전철탑의 전자파 영향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전자파의 유해성에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송전철탑으로 인한 시민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고 판단한 당진시는 이후 시민 건강권 보호와 재산권 침해 반대를 내새워 한전이 당진 화력발전소에서 평택으로 송전탑을 추가로 건설하는 사업을 허가해 주지 않게 되는데, 한전은 당진시 구간 지중화 요구를 무시하고 당진시를 제외하고 마을 주민들과 합의해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반려하자 소송을 냈다. 결과는 1심과 항소심 모두 당진시의 패소로 끝났다.

입지 선정위원들이 완도군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군의원부터 지역언론인, 번영회장, 행정관료 등이 포함돼 한전 입지 선정위원회에 지역출신이 8명이나 위촉됐지만 한 선정위원의 “최종 입지 선정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위치를 완도읍 초입에 했을지는 생각도 못했다. 줄곧 완도를 위한 보상을 내놔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는 발언처럼 과연 이들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지 주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반면 한전 임상환 과장은 “한전에서 독단적으로 위촉한게 아니다. 완도 지역 유지분들이나 대표하는 분들로 구성했다. 이런 사람들이 아니면 어떤 사람들을 위촉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한전 측은 나름대로 대표성을 갖춰 입지 선정위원들을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한전 입지 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 완도변환소 입지에 대해서도 완도읍권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다름 아닌 완도변환소 위치가 완도읍 초입으로 완도로 치면 ‘병의 목’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주민 A씨는 “완도는 청정바다, 건강의 섬이라고 이미지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완도 관광이나 제주로 가는 여객선을 이용하려고 완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전복, 다시마, 미역, 멸치, 김 같은 청정수산물이 아니라 전기설비를 보고 들어오게 생겼다. 장소를 왜 하필 그런 곳으로 정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주민 B씨도 “해양치유산업 선도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된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완도가 이제야 청정자연을 이용한 올바른 방향의 산업을 육성하는게 싶었는데 변환소가 완도읍 초입에 위치한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예상치 못하게 완도변환소 입지가 완도읍 입구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전의 입지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해 온 완도군의회 정관범 의원은 “이런 상황이라면 완도의 시민사회가 그냥 있어서는 안된다. 제주를 위한 사업에 들러리를 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중당 김영신 완도지역위원장도 “송전철탑이나 변환소 등 한전 사업을 제지하려면 부지 토지매입, 주민설명회 단계에서 막아야지 그 뒤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소송을 해도 질 수 밖에 없다”면서 완도 시민사회와 환경단체, 지역정치권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될 일이라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완도읍 주민 배철지 씨도 “완도읍 초입에 변환소라니 부지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 해남이나 진도변환소는 시가지와 상당히 떨어져 있다. 또한 변환소 부지 옆이 바로 교통량이 많은 도로인데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안전성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다”면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완도군의회 박인철 의원은 "거꾸로 완도군 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할 지역의 인사들이 한전 입지 선정위원회에 들어가 뭣하는 일들인지 모르겠다. 송전철탑은 더이상 단 1개라도 지어지면 안된다"고 나무라기도 했다.

한편, 한전은 취소된 대가용리 주민설명회를 다시 개최하기 위해 이장과 다음달 3월 4일까지 연락하기로 했는데 이와 상관없이 3월 14일 완도읍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강행의사를 표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완도 변환소 입지로 선정된 대가용리 주민이나 이장이 협조를 하지 않자 일부 주민들을 동원해 주민설명회를 강행하고 사업실시계획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승인 받으려는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완도읍사무소 관계자는 “한전이 완도읍사무소를 주민설명회 장소로 요청해 온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