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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 선거는 말그대로 신용을 뽑는 것이다

[완도 논단]김정호 본보 발행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2.15 12:49
  • 수정 2018.02.1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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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 본보 발행인

지난해 4월, 완도 A신협에서 횡령 사건이 일어났다. 횡령 당사자인 임원 A씨는 검찰조사 끝에 구속되고, 신협중앙회에선 A신협 이사장 정직 1개월, 과장 정직 3개월, 여직원들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문제는 A신협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조합원들을 우롱했다는 점이다.

그전 금융사고 손실금이 7억 8천만원이나 이월됐고, 본 사건으로 6억원 가량이 손실금 처리가 돼 관리조합으로 갈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사장 및 임직원들이 속시원하게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거나 처리방안을 내놓지 못한 것은 한심한 처사였다.

현재 우리사회를 보면 일반사기업도 어떤 행위에 대해 사회 문제가 되면 이유야 어찌됐든 공개적인 사과를 통해 반성의 기회로 삼고 있다. 하물며 공공성을 가진 협동조합의 이러한 비도덕적 범법행위가 발생한 지, 수개월동안 묵묵부답이라면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과 조합원들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면서도 한편으론 한심스러울 것이다. 공공성을 가져야 할 사람이나 기관이 공공성을 저버린 행위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드러나기 마련이며, 이렇게 지역사회를 뒤흔드는 범법행위를 하고서도 감추기에만 급급한다면 신뢰와 믿음의 약속을 담보로 하는 협동조합 금융권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레와 계 조직 협동조합 모태...완도 협동조합, 일제시대부터

협동조합은 일반적으로 ‘경제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상호부조의 인적결합을 통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코자 자발적으로 조직한 자주적인 중간조직’ 혹은 ‘노동자 및 독립생산자가 그 생활면에서의 궁핍화를 타개하고 사회 경제적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그들이 접촉하는 유통과정을 합리화하고 상업이윤을 배제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자주적 조직체’라고 정의된다.

협동조합은 세계사적으로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매우 긴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그 비중은 크다.
우리나라 역시 제도화 된 협동조합의 역사는 100년을 넘겼지만 아직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에서 협동조합의 시초라고 하면 두레와 계를 들 수 있다. 두레와 계는 협동조합이 제도화 되지 않았던 과거 우리나라 협동의 전통이다. 

두레는 농촌사회에서 농번기 때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모내기, 추수 등의 작업을 마을사람들이 힘을 모아 작업하는 공동노동이다. 이 두레는 현재의 생산자협동조합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계는 회원을 한정하고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해 계원(회원) 간 평등의 원칙으로 금액을 나누는 것이다. 즉 민간협동체로서 오늘날 신용협동조합의 원형이 바로 계라고 할 수 있다. 두레가 전국적으로 보급된 것은 조선후기이고, 계의 역사는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지역에서 협동조합은 일제의 관제협동조합에 대항하기 위해 혁명적 농민 조합을 결성했다.

1930년대 완도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활동가인 김홍배와 황동윤은 각자 자기 지역에서 활동하다 농민 운동을 중심으로 한 대중 운동을 지도할 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전남 운동 협의회를 결성하였다.

또 정도리 농민들이 구성한 농민조합과 수협의 모태가 된 완도의 해태 조합 등 민간차원의 자생적 협동조합 만들기 운동이 활발한 지역이었다.

일제는 이러한 협동조합운동사가 독립운동 조직으로 발전할 것을 우려해 강제로 해산시키는 등 많은 핍박 속에서도 우리의 선조들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잘 살기 위한 아름다운 생활풍습으로 이러한 공동체로써 우리들의 삶을 영위시켜 왔다.

23일과 24일 양대 신협장 선거...조합 개혁 적임자 선출 '관심'

현대 사회는 갈수록 승자독식사회인 패권주의로 흐르고 있다.
승자독식주의는 경쟁의 피로사회를 낳고, 서로가 서로를 밀쳐내는 팔굼치 사회를 낳을 수밖에 없다. 공공부분에서 이러한 경쟁은 갈등과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협동조합이며, 이러한 협동조합의 핵심은 상호협력과 신뢰의 사회적 자본을 최우선의 가치로써 삼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공공성으로써 이 공공성이라는 말에는 민주적, 함께함, 열려 있음, 사과와 용서도 함께 포함 되어 있는 것으로 이러한 공공성을 지키는 사회가 열린사회며, 이에 반하는 행위는 열린사회의 적으로 규정될 수 밖에 없다.

작금의 사회는 크고 작은 모임과 조직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제 그 모임과 조직에서 지도자의 책임은 막중하다.

지도자의 생각과 행동은 모임과 조직의 구성원들에 전달되고 그것이 구성원에게는 행동으로 또는 실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잘못 선택된 지도자의 잘못된 생각은 구성원의 목표에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조직을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하기도 한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의 존재가치는 태생적 정체성을 지키는데 있고 그 정체성이 의심될 때에 우리는 그 조직의 존재 이유까지 함께 의심하게 된다.

2014년과 2017년 임·직원들의 횡령사건이 터진 완도신협과 완도제일신협 이사장 선거가 이번 달 23일과 24일 각각 치러져 조합 개혁의 적임자로 누가 이사장으로 선출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동체사회 앞에 놓인 숱한 난제와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그건 공적기관과 그 공적 기관의 지도자가 공공성을 추구해 가는 것 뿐이다. 

신협은 신용 협동조합의 약칭이다. 말 그대로 신뢰받을 수 있는 자가 지도자가 되야 한다. 누가 더 신용이 있는 지를 가늠해보면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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