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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독자 기고]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2.13 16:58
  • 수정 2018.02.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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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전. 어촌민속전시관 관장

지방자치시대 이후 많은 자치단체들은 관광산업이 굴뚝 없는 청정산업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맹목적 믿음으로 관광진흥을 통한 주민소득증대를 위해 외지 관광객들의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지역을 찾으면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상은 일시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관광지가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관광객들이 방문함으로써 환경적·사회적 용량을 초과하여 관광지의 환경이 악화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관광)이라고 한다.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몰려든 관광객들의 무례한 행동이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쓰레기 투기·교통 체증 등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진다.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배부른 투정 정도로 비칠 수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소리 없는 외침은 생존권의 투쟁이라 할 정도로 심각하다.

과잉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적 관광지로 이태리 베네치아·스페인 바르셀로나·그리스 산토리니·프랑스 파리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리나라도 제주도와 전주시·여수시가 심각한 과잉관광 현상을 겪고 있고, 우리 지역의 청산도와 보길도도 시기적으로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과잉관광 주요 원인은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전반적인 소득 증가로 관광을 떠날 수 있는 여유있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로,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의 등장으로 이동을 위한 여행비용이 줄어들고 있다. 셋째로, ICT(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여행지와 여행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어 여행객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어 젊은 층들의 국내외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손쉽게 떠오른 방법이 관광수요의 분산과 억제라고 할 수 있다. 관광총량을 통제하는 관광 수요 억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과잉관광 대응책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페인의 관광세(toursm tax) 부과로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과 베니스·산토리니의 크루즈 입항 횟수 제한 등이 있고, 페루의 마추픽추는 방문객 사전예약제 실시로 하루 방문객을 2,500명으로 통제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자연환경 보전이 중요시 되는 섬 관광지는 보다 엄격하게 관광 총량을 통제해야 하는데, 그리스 산토리니와 호주 로드하우 섬(Lord Howe Island) 등이 있다. 신안군 증도에서 인원 통제 대신 자연경관 보호를 위한 입장권을 판매라는 소극적 통제방법을 도입했었다.

총량 억제 또는 총량 제한의 정책은 관광수입의 감소나 엘리트 관광의 부활 등과 같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들 정책의 도입은 지역의 경제적·사회문화적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후 동의를 얻어 시행하는 등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총량 제한 정책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들만 관광을 즐기는 엘리트 관광의 부활이라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광 성장을 통한 주민소득증대를 하는 것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이 스스로의 힘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점진적인 성장을 추구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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