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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생이덖음'이 더 좋다!

[독자 기고]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1.21 17:32
  • 수정 2018.01.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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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김양식을 주로 하던 시절에 매생이는 김발에 달라붙은 잡초로 어민들에게 '웬쑤'라는 욕을 얻어 먹을 정도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바뀌어 웰빙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완도산 매생이는 매년 12월부터 3월까지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무공해 웰빙식품이다.

매생이에는 철분‧칼슘‧요오드 등 각종 무기염류와 비타민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어린이 성장발육 촉진‧골다공증 예방‧숙취 해소‧니코틴 중화효과‧고혈압 및 콜레스테롤 저하‧변비 예방 등에 많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우리 지역의 별미인 매생이의 금년 생산량이 유해조류로부터 피해가 줄어들었고 바다 수온이 적정 온도를 유지함에 따라 전년에 비해 생산량 30% 정도 늘어날 정도로 풍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민들은 풍년을 반가워 할 수만은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관계 기관에서는 안정적인 생산과 판매로 어민들의 소득을 보전한다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판로 걱정과 가격폭락으로 인한 소득감소의 피해를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어민들이다.

어렸을 때 어른들로부터 ‘미운 사위에 매생이 덖어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속뜻은 매생이는 아무리 덖어도 김이 나지 않아 얼핏 봐서는 뜨거운 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모르고 먹다가 입안에 화상 입기가 쉬워서 이처럼 재미있는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매생이 요리방법은 ‘덖음’‧‘국’‧‘전’ 등이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 ‘덖음’이다. ‘매생이 덖음’의 조리법은 물을 넣지 않고 원재료만을 덖다가 쇠고기나 굴 등 다른 재료를 넣어 조리하기 때문에 물을 넣고 끓이는 국이나 탕의 조리법과는 전혀 다르다.

‘덖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물기가 조금 있는 고기나 약재, 곡식 따위를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다.’는 뜻으로, 원재료에 물을 부어 끓이는 ‘국’과는 명칭과 요리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시중의 일부 식당에서는 '매생이굴국'이라는 이름으로 매생이 요리를 팔고 있는데, 제대로 된 이름은 '매생이덖음'이라고 해야 옳은 이름이고, 요리방법도 물을 전혀 넣지 않고 매생이만을 가지고 불에 덖어야만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생이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매생이덖음’이나 ‘매생이국’ 중 하나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일부 업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없이 원치 않은 ‘매생이국’을 먹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비싼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덖음’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매생이덖음’의 깊은 맛에 익숙해져 있는 경우니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가를 좀 더 지불하더라도 ‘매생이국’보다는 ‘매생이덖음’을 먹고 싶으니,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매생이국’을 먹도록 강요하지는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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