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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곁에 있는 사람에게

손순옥 객원기자의 7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1.13 10:06
  • 수정 2018.01.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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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혼자서 이프 온리( If Only)라는 영화 한 편을 봤다.
영화에는 성공한 비즈니스 맨 남자와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여자 두 연인이 등장한다.
하루는 남자 주인공이 생생한 꿈을 꾼다. 사랑하는 연인을 눈 앞에서 사고로 잃은 꿈을…, 그런데 꿈에서 깨보니 바로 옆에 자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안도감을 갖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꿈에서 깨어난 그때부터 하루가 꿈에서와 똑같이 지나간다.
남자는 오랫동안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항상 일과 성공이 먼저였고 매사에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때문에 여자는 늘 상처를 입었다.  너무나 사랑이 많은 여자와 달리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서툴고, 사랑 하는 법도 받는 법도 몰랐던 남자는 그동안 잘해주지 못함을 후회하며 마치 신이 허락해준 것 같은 그 하루를 사랑한 연인을 위해 보낸다.
그렇게 꿈같은 하루의 시간이 흐르고, 꿈에서와 똑같이 운명처럼 이별을 맞게 된다. 대신 꿈과는 반대로 남자가 세상을 뜬다.
 · · · · · ·
한때 내 인생의 목표가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40대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든 홀로서기 해서 둘째 녀석 대학만 들어가면 진짜로 내 갈 길 가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런데 아들 딸 두 녀석들이 대학에 들어가 이성이 생기면서 맘이 달라졌다.
‘저 두 녀석들 결혼 때 까지만 견뎌야지‥’, 그래도 늦지 않을 것 같아 기다리다 오십을 넘겼다. 어차피 참고 산 거 자식들에게 상처 주지 말아야지…,그렇게 또 토닥토닥 하며 살다 보니 낼모레 60줄 가까워진 나이가 되어 있다.
며칠 전 남편이 독감에 걸렸다.
병원엘 갔더니 전염성이 크다고 격리치료 해야 된다 했다고…, 나를 안방으로 밀어(?)내고 자처해서 거실에서 지냈다.
아직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다투지만 그도 잠시, 짠∼한 마음에  금세 풀어지곤 한다. 살아오면서 죽도록 미웠던 때가 셀 수 없이 많아 헤어지려 생각도 많이 했었지만‥, 이제는 움츠려진 어깨와 엉거주춤한 뒷모습을 보노라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 · · · · ·
어디선가 흘러나온 김광석의 ‘60대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라도 하듯 목청껏 불러본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오늘 이 하루가 사랑하는 가족,연인,친구와의 영원한 이별의 날이라면 아낌없이 다 준들 뭐가 아깝겠는가.
새해다.
늘 곁에 있어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지 않은지, 사소한 서운함으로 귀한 사람과 멀어지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내일도 말고 오늘 하루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계산 없이 따질 것도 없이 사랑하자!
어느 시인이 그랬다.
‘우리 생애의 저녁이 이르면,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사랑했는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거짓말처럼 영화를 보고 나오는 데 그동안 여러 이유로 밀어냈던 친구에게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전화가 걸려왔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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