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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민주주의를 위한 처절한 싸움[영화 감상평]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완도신문 | 승인 2018.01.09 17:44
이승창 / 전. 어촌민속전시관 관장

5.16과 12.12, 5.18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싹을 군화발로 무참히 짓밟은 질곡의 역사였다면, 30년 전인 1987년은 이 땅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더럽혔던 정치군인들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민주주의 싹을 틔운 시발점이 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해였다.

12.12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순순히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고, 4.13 호헌조치를 발표하고 국민에 의한 대통령 선출을 막고 체육관에서 형식적인 선거를 통해서 자신의 정권을 노태우에게 물려주려고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터진 것이 바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었다. 당시 대학가에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됐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진압경찰들의 최루탄이 난무하고 백골단이 시위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여 연행해 가는 억압의 시기였다.

1987년 6월 항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 사망사건을 다룬 영화다. 두 젊은 대학생이 전두환 군사독재에 항거하다 잔혹한 물고문으로 불의의 죽음을 당한 것에 분노하고,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최루탄에 맞아 쓰러져 죽은 것에 분기탱천하여 가슴이 불타오른 민주화 세력들의 항거의 시간들을 재조명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1987년 1월 20대 초반의 꽃다운 청년 박종철 열사(여진구 분)는 박 처장(김윤석 분)이 이끌고 있는 경찰의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도주 중인 선배의 행방을 말하라는 경찰들에 의해 물고문을 당해 숨진다.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강압에 불응한 그에게 돌아온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 무자비한 고문으로 인한 죽음이었다.

정권의 묵인 하에 무소불위의 힘을 남용하고 있던 경찰은 늘 그래왔듯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 검사(하정우)는 경찰의 일방적인 요구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가는 경찰과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사건을 취재하던 유력신문사의 윤 기자(이희준)는 보도지침을 무시하고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하면서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숨막히는 과정이 전개된다.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민주주의는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과 같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어렵게 쟁취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늘 그대로 일줄 알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늘 소중히 보듬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영화 중 ‘신은 진실을 알며, 진실은 감옥에 갇히지 않는다.’는 대사가 오랫동안 머리에 남아 맴돈다.

정치군인들에 의한 군부 독재권력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이 잠재해 있다. 경제·사회·문화예술 등 각 분야에서 권력자나 강자의 횡포와 갑질로부터 끊임없이 지키고 싸워야 한다. 영화는 민주주의가 집권세력들이 시혜처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집권 연장을 위해 서슴없이 저지르는 불법과 불의에 항거하는 민초들의 처절한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도도히 흐르는 세월의 흐름 속에 지금은 잊혀져 가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30년 전에 이 땅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당시의 민주화를 열망하는 뜻있는 학생들과 민주인사들이 얼마나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는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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