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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백성만이 두렵다

[문학의 향기]교산과 매창의 사랑 7(최종회)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8.01.07 16:48
  • 수정 2018.01.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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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은 기생들과의 잠자리를 일일이 기록했다. 하지만 매창에게 보내는 편지에 육체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소울 메이트로 남은 것을 평생 자랑으로 삼았다.

허균은 다음과 같이 매창을 보았다. 계생은 부안의 기생이라. 시에 밝고 글을 알고 노래와 거문고를 잘 한다. 그러나 절개가 굳어서 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그 재주를 사랑하고 정의가 막역하여 농을 할 정도로 서로 터놓고 얘기도 하지만 지나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오래도록 우정이 가시지 아니하였다. 

그렇게 천하명기 매창이 죽자, 허균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며...

아름다운 글귀는
비단을 펴는 듯하고
맑은 노래는
머문 구름도 풀어 헤치네
복숭아를 훔쳐서
인간세계로 내려오더니
불사약을 훔쳐서
인간 무리를 두고 떠났네

이후 허균은 삼척부사에 부임하였으나 부처를 섬긴다는 이유로 사헌부의 탄핵을 받아 또다시 파직당했다. 허균은 불경을 읽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떳떳하게 내세우며 "내 마음이 머물 곳 없었음이어라. 여지껏 아내를 내버리지 못했거든 고기를 금하기는 더욱 어려웠어라. 내 분수 벼슬과는 이미 멀어졌으니 파면장이 왔다고 내 어찌 근심할 건가. 인생은 또한 천명에 따라 사는 것 돌아가 부처 섬길 꿈이나 꾸리라." 그러며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을 써라! 나는 내 법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사랑뿐만 아니라 종교와 사랑, 학문을 비롯해 모든 방면에서 자유했던 허균은 시대의 혁명가로써의 면모를 보였고, 그가 쓴 호민론(豪民論)을 보면 그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했느냐가 명약해지고 있다.

"천하에 두려워할 만한 자는 오직 백성뿐이다. 백성은 물 불 범 표범보다도 더 두렵다. 그런데도 윗자리에 있는 자들은 백성들을 제멋대로 업신여기며 모질게 부려먹는다." "도대체 어찌 그러한가. 모질게 착취당하며 살이 발겨지고 뼈가 뒤틀리며, 집에 들어온 것과 논밭에서 난 것을 다 가져다 끝없는 요구에 바치면서도 걱정하고 탄식하되 중얼중얼 윗사람을 원망하거나 하는 자는 원민(怨民 : 원한을 품은 백성)이다."

홍길동 또한 이러한 호민론에 근거해 우리 국문학의 비조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는 허균. 그는 누구보다도 권력에 안주하지 않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은 실천적 혁명가로서 세상의 노른자위를 스스로 떨치고 나와, 나의 이상을 위해 그가 마지막 순간에 외쳐간 "할 말이 있다!"는 최후의 일성(一聲)은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말은 천년만년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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