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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무히카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 지도자 선택하기

[완도 논단]김정호 본보 발행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1.07 16:19
  • 수정 2018.01.0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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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 본보 발행인

대통령궁을 노숙자에게 내놓다

"정치가에게 가장 이상적인 삶의 방식은 그들이 봉사하고자 하는, 또는 대표하고자 하는, 다수의 사람들처럼 사는 것이다." 호세 무히카 우르과이 전 대통령.

필자는 이번 특집호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게 지냈던 우르과이 전 대통령과 스위스 출신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선수를 소개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불과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가 있어서다. 지방자치 실시 26년.‘내’ 대표가 아니라 ‘우리’의 대표를 선출하는데 혈연, 지연, 학연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람쥐쳇바퀴다. 또 소지역주의를 넘어서 지역공동체와 지역민을 위해 헌신할 인물들을 선택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먼저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본인 소유의 은행계좌가 없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본인 소유재산이라고는 1987년형 폴크스바겐 비틀 한 대 뿐이었다. 월급 90%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10%인 약 774달러(한화로 84만원)로 생활했다. 검소한 대통령으로 남고자 했다. 재임 기간 우루과이는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경제가 급성장했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인 6.5%로 떨어졌으며 빈곤율도 11.5%까지 내려가는 등 경제 사정이 크게 좋아졌다. 대통령이 되기까지도 순탄치 않았다. 과거에 군부독재에 맞서 투쟁을 하다가 14년이나 옥고를 치렀고, 2년 동안은 우물 아래의 지하 독방에 갇혀 지내는 혹독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투옥생활로 얻은 지혜와 통찰력을 국정에 반영했다.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사용해야 할 우루과이 대통령궁은 노숙자들의 쉼터로 내주었다. 본인은 아내와 함께 허름한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개인 요리사도 없이 집 앞의 밭에서 부인이 일군 야채와 농산물로 끼니를 챙겼다.

그는 이익단체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았으며 부패지수가 낮은 정부와 경제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의식 개혁을 통해 인류 공영의 길을 찾아 나섰다.

“오늘날 세계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경제적 풍요만을 추구하여 무절제한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며 세상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작 인류에게 소중한 가치인 도덕 질서, 공존공영, 환경보전, 상호 협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선진 강대국의 끝없는 탐욕이 문제의 근원이다. 자성이 절실하며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강대국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후 2010년 52%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2015년 2월 5년간 임기를 마쳤다. 그렇게 대통령직을 끝낸 뒤 그의 지지율은 65%로 대통령에 임명되었을 때 보다 높았다. 그런 그도 살아있는 자신을 기념하는 흉상이나 동상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우르과이 국민들 가슴에 영원히 새겼을 뿐이다.

의회는 생존인물 동상은 안돼

스위스 바젤출신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는 스위스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운동선수다. 1998년 프로에 뛰어든 페더러는 지금까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단식 95회, 메이저 대회 단식 19회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워 '황제'라는 칭호까지 받았다. 하지만 스위스인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테니스만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3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그는 더욱 사랑받고 있다.

5년 전인 2012년 바젤 고향주민들은 도로, 기념관 등에 페더러의 이름을 붙여 기념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계적인 명성이나 그의 선행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지만 주 의회는 생존 인물을 기념할 수는 없다는 원칙 때문에 부결시켰다. 주민들 또한 순응했다. 로저 페더러선수보다도 그렇지만 세계는 소신을 지킨 바젤 주 의회의원들도 주목했다.

우리 고장 출신 세계적인 골퍼 최경주 선수가 있다. 그를 기리기 위해 완도군 승격 60주년 기념사업회가 완도군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였다며, 2006년에 현재 해조류박람회 주재관 자리에 그의 동상을 세웠다. 많은 예산을 들인 최경주 선수 동상이 선수생활의 성적부진과 함께 슬그머니 사라졌다.

해조류박람회 주재관을 지으면서 상하수도사업소에 보관했다가 비판여론에 모교인 화흥초등학교로 이전했다. 당시 완도군과 의회는 장소와 예산 일부를 지원했다. 당시 광주 전남에서는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 조형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홍보했었다.

3선 12년 동안 군수를 역임한 김종식 전 군수도 현직 군수시절에 슬로우시티고장 청산도에 흉상을 세워 두고두고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광주경제부시장 내정됐을 때 사회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는 현직군수가 흉상을 세운 것은 독재자나 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식 전 군수가 내년 지방선거에 목포시장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일부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흉상건립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이를 호도하기 위해 최근 지역신문에 당시 흉상건립추진위원장 이름으로 해명서까지 내놓았다. 완도군의회 정관범의원은 흉상건립당시 농지의 불법전용으로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면서 철거를 주장했다. 그동안 의회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무임승차, 과감히 심판해야

공부를 많이 하고, 지식이 많다고 해서 인격이나 덕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조금 아는 것 가지고 전부인양 자기 생각에 사로잡힌 인물은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겸손함이 부족해 안하무인경우가 허다하다. 지역사회갈등을 조장하고 편 가르기 하는 인물이나 소지역주의에 기승해 무임승차하려는 인물들은 심판해야한다. 이런 인물들이 형제간이고 이웃이라는 명분으로 더 이상 우리 대표로 뽑아서는 안 된다.

교수들이 올해 선정한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낸다는 말로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2018년에는 완도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만들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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