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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다리 부여잡은 예산계장의 ‘비아냥’

[취재수첩]연구용역 남발 보도의 본질과 예산계장의 비아냥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17.12.30 16:51
  • 수정 2017.12.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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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성 / 본보 취재부장

최근 3주간 주간지인 본보는 3회에 걸쳐 1면에 2018년 완도군 예산안과 관련한 보도를 했다. 완도군과 같은 인구가 적은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직사회와 군 예산이 갖는 영향력이 그 만큼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걸 증명이나 하듯‘장보고 판소리 연구용역비 보다 못한 문화원 예산’ ‘예산반영보다 기념사업회 재설립 필요한 장보고 선양사업’ ‘용역비 2억2천만원 증액, 용역남발 지적 나와’등의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런데 3회차 기사가 지난 주에 보도되고 다른 취재차 군청을 나가던 중, 우연히 김현란 예산계장을 군청 1층 현관에서 만나 인사를 하게 됐다. 김 계장은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궁금한 것은 좀 물어보시지, 아무튼 예산에 관심을 가져줘서 저희들이 빛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처음엔 바삐 다른 취재처로 가는 길이라 워낙에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냥 스쳐가는 인사말인 줄 알았는데 곰곰히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다.

지난주 ‘연구용역 남발’ 기사가 보도된 후 해당 관광정책과에서는 예를 든 관광용역 8천만원 짜리 용역을 수소문해봤던 모양이다. 계약을 하는 세무회계과나 예산을 담당하는 예산계를 통해 알아봤을 터이니 예산을 담당하는 김 계장도 당연히 알고 있었을 내용이였겠다 싶었다.

조금 황당했다. 왜냐면 해당 연구용역 관광정책과 계장은 직접 전화가 와 그 내용에 대해 통화를 하고, 그런 용역을 한 적이 없더라, 서로 어떻게·누구한테 취재했는지 그런 내용이 오가고 확인을 했던 차였다. 해당 계장은 그래도 관광종합계획 수립용역은 그전에 없었던 걸로 확인했다고 완도군에 필요한 용역이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쪽에서 조금 더 확인해 보고 쓸 걸 그랬나 싶어 요즘 유행하는 ‘팩트 체크’란 용어가 머리를 스쳐서, “만약 필요하면 용역 이름을 찾아 직접 만나러 가겠다”는 말을 전해 “그러시게요”하며 다음 다음날 찾아 가기도 했다. 이런데 김 계장의 스쳐 지나가는 인사말이 비아냥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완도군 예산이 아직 군의회 심의·의결 전이지만, 완도군의 2018년 내년도 사업을 좌지우지하고 군민들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그만큼 예산계장이란 자리는 한 고을의 수장인 군수만큼만한 자리다. 어머니 품과 같은 마음으로 군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이 갈 것인지 꼼곰히 살펴야 되는 포지션이다. 그런 사람이 코끼리 다리 부여잡듯 지역언론 기자에게 그런 비아냥 거리는 말을 해서 쓰겠는가.   

이런 마당에 그래도 고생하는 공무원들 생각에 크게 다루려 하지 않은 ‘주민참여 예산제도 운영 조례’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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