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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 옛거리와 스펀의 천등 날리기

[독자 기고]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2.18 09:09
  • 수정 2017.12.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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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얼마 전 지인의 추천으로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아내와 함께 짧은 기간동안 대만 북부 지역의 유명관광지를 돌아보는 패키지여행에 참여하여 국립고궁박물원 등 오래 전부터 알려진 여러 곳의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특히 인상에 남는 관광지는 지우펀(九份, Jiufen)과 스펀(十分, Shifen) 마을이었다. 두 마을은 세월의 풍파가 켜켜이 묻어있는 오래된 시골마을로 특별히 내세울만한 볼거리는 없었다.

먼저 찾은 곳은 타이베이에서 버스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지우펀의 옛거리(舊道, Old Street)였다. 센베이시의 지우펀은 1920~1930년대 금광 채굴로 번성을 누리던 지역이었으나 광산이 폐광된 이후 한적한 시골 마을로 쇠락했다. 하지만 1989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 - 슬픈도시)> 촬영지로 다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관광 산업으로 활기를 되찾아 타이베이 근교 관광지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비탈의 골목길을 따라 층층이 늘어선 낡고 작은 건물들이 유난히 눈길을 끄는 동네다. 골목마다에서 묻어나는 낭만적인 정취와 처마에 줄줄이 매달린 홍등이 빛나는 이국적인 풍경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오랜 옛날로 시간 여행을 떠나 온 듯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비좁은 골목길은 도심의 웅장함이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미로처럼 엮인 좁은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을 산책하듯이 둘러보기 좋은 시골마을이다. 우리 부부가 찾았을 때는 월요일 오전임에도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어 뒤따라 오는 관광객에게 떠밀리듯 골목길을 돌아보는 형편이었고, 패키지여행의 특성상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차분한 구경은 힘들었다.

다음으로 찾은 동네는 기륭강(基隆江)가에 자리잡은 스펀마을로, 정월 대보름에 소원을 적은 천등(天燈)을 하늘로 날리는 것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스펀옛길(Shifen Old Street, 十分老街)을 찾았다. 철로 주변으로 형성된 스펀옛길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철로 위에 붐비고 있었다. 철로 옆 가게에서 천등을 구입하여 붓으로 소원을 적어 기차가 지나간 뒤 철로 위에서 하늘로 날려보내고, 짧은 자유시간동안 군것질거리를 먹으면서 역 건물과 출렁다리를 둘러봤다.

두 마을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한 때는 우리 동네도 드라마와 영화로 유명세를 타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던 때의 모습이 겹쳐진다. 하지만 좋은 기회를 지역발전의 모멘텀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일장춘몽처럼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오래 지나지 않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지우펀은 골목의 많은 가게에서 가죽으로 아기자기하게 만든 악세사리가 눈길을 끌었고, 한 집 건너 있다고 할만큼 많은 먹을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관광객들의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땅콩아이스크림(阿珠雪在燒)’과 ‘소시지’는 꼭 먹어봐야 한다고 소문이 나서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있었다.

스펀 마을은 조상들의 오랜 전통인 천등날리기를 잘 포장하고 외부에 알려 이름난 관광자원으로 만들었고, 관광객들이 부담없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값싸고 다양한 군것질거리가 인상적이었다.

두 마을은 특별히 내세울만한 볼거리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당길 수 있는 원동력은 많은 돈을 들여 새롭게 만든 거창한 시설물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갖고 있는 자연 환경이나 인문 환경들을 잘 활용하여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를 엮어서 호기심을 끌 수 있게 만들었고,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다양한 특산품이나 먹을거리를 만들어 팔고 있다는 점이었다.

스토리가 있는 볼거리와 다양한 먹을거리 등 관광자원들이 서로 융합하여 상승효과를 이끌어낸다면 보다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우펀 옛거리에서 제일 유명한 돌계단 '수치루(竪崎路).
특산품 가게 앞의 붐비는 관광객들.
昇平戱院.(성핑시위안, Shengping Theate) - 채광산업이 활발한 시기에 세워진 타이완 북부의 최초의 영화관이라고 한다.
스펀옛길(Shifen Old Street, 十分老街)
스펀옛길(Shifen Old Street, 十分老街)
스펀옛길(Shifen Old Street, 十分老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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