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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비파 꽃과 꿀벌의 활동

[완도 시론]박두규 / 국립청소년우주센터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2.18 09:07
  • 수정 2017.12.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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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 국립청소년우주센터 원장

초겨울 추위가 매섭다. 다른 해보다 빨리 온 강추위는 평년보다 더 추운 겨울일 거라고 예고한다. 겨울 넘길 준비들이 잘 되었는지 다시금 돌아보며 이번 겨울도 따뜻하게 보내기를 바란다.
이러한 겨울철에도 꽃피는 남도의 따스함을 생각한다. 애기동백꽃이 겨울을 이기고 피지만 비파꽃 향기가 제일이리라. 비파는 아열대성 과수이므로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서만 재배해온 과수다.

나무들은 잎이 떨어진 겨울에도 성장을 하고, 겨울에 자란 나이테는 좁고 단단하다. 그렇더라도 초겨울에 꽃을 피우고 꽃가루받이를 하여 다음해 6월에 열매가 익어서 먹을 수 있는 비파는 이채롭기만 하다.

비파의 과육은 먹음직하게 살진 과일이 아니다. 하지만 겨울에 꽃피는 생장 환경 때문인지 약재로서의 역사가 깊다. 비파 꽃, 잎, 열매의 약효와 건강식품으로서 기능은 매우 뛰어나다. 그 효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기능성 식품으로 가공의 영역이 넓은 것이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살구, 매실, 비파 등을 약용 과일로 꼽고 있으므로 생산의 확산은 바람직하다.

완도군은 2020년 비파 관련 소득 100억 원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비파를 과일로서 보급하려면 남해안의 여러 시, 군으로 확대 재배하여 수도권 소비자들에게도 널리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과잉 생산하는 매실을 살구와 비파의 재배로 전환하고 가공업도 추진하면 좋겠다.

초겨울 비파 꽃에도 꿀벌들이 날아든다. 벌들은 10월 말부터 겨울나기에 들어가지만, 꽃을 찾기 어려운 때에 핀 비파꽃은 꿀벌에게 정말 좋은 먹이다. 필자는 1970년대 후반 완도 화흥초등학교에서 비파꽃 향기를 처음 맡았고, 비파 열매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울날 꽃에 날아든 꿀벌이 신통했다. 그래서 “겨울 꽃”이라는 동화의 소재로 삼았다.

꿀벌은 10월 말이 되면 온도가 떨어짐에 따라 외부 활동을 줄이며 벌통 내부에서 뭉쳐서 지낸다. 이들은 양쪽 날개를 서로 엇갈리게 날갯짓을 하여 열을 발생시킨다. 겨울에 벌통 밖에서 들리는 즈∼즈∼ 소리는 바로 꿀벌들이 무리를 덥히기 위해 발열하는 소리다. 외부의 온도가 영하 17도까지 떨어져도 꿀벌 무리의 중심 온도는 18∼32도를 유지한다.

무리의 외곽에 있는 꿀벌은 몸이 차가워지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든다. 외부의 온도가 낮아질수록 무리 중심의 온도를 높여 무리 전체의 온도를 유지한다. 그래서 꿀벌 무리는 먹이와 적당한 벌통만 있으면 마치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온도를 조절하여 겨울을 극복할 수 있다.

발열을 이용한 겨울나기의 장점은 이듬해에 곧바로 나타난다. 초봄에 식물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꿀벌은 바로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초봄부터 큰 경쟁 없이 먹이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은 꿀벌이 열을 발생시켜 겨울을 넘겼기 때문이고, 전 세계로 활동영역을 넓힌 꿀벌의 성공도 이렇게 겨울을 넘길 수 있어서다.

기온의 변화가 심하고 추울 거라는 이번 겨울을 잘 보내려면 꿀벌의 집단 활동을 되새겨 볼 일이다. 서로 비비고 기댈 수 있는 공동체. 이웃돕기 성금도 내고 자원봉사도 나가며 기쁨으로 어울리는 지역사회, 겨울에도 비파꽃 향기가 진하고 사회관계가 따뜻한 남도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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