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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몰라! 무슨 무당이 그래?

[겨을특집]겨울, 완도 그리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2.09 16:25
  • 수정 2017.12.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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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언제부터가 겨울일까? 아마도 첫눈이 내린 날부터가 아닐까? 첫눈 오는 겨울, 너를 생각하며 첫눈같은 시 한 편 남길 수 있다면... 독자들의 겨울이야기를 소개한다.
 


며칠째 법당문이 닫혀 있다. 산기도를 간거겠지. 그러고도 며칠째...
그녀는 서울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결국 나 때문이다. 협심증을 앓고 있던 사람에게 극도의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급기야 구급차에 실려 갔더랬다.

이것도 인연법이라고 나를 만난 건 당신은 또 무슨 업보요, 무병을 앓았던들 나보다 힘들게 했을까? 지난 몇 해 동안 나는 고되고 마음이 병들어 있었기에 그런 내 심경을 토로하고자 누구보다 선한 이 보살을  낙점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나는 툭하면 법당에 찾아가 되지도 않는 질문으로 보살을 들볶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난 언제 죽냐? 뭐하러 태어났냐?빨리 명줄을 다하는 부적을 달라! 굿을 해달라... 그 우문에 대한 현답으로 한결같이 소소한 미소로 답할때 으레 튀어나오는 대사는“무슨 무당이 그래!"였다.
 


속칭 그런 점쟁이에게 저 따위의 말은 사실 그 이상의 비하가 없음을 의미한다. 내 못된 만행은 수년 간 자행 되어 왔다. 밤 늦도록 술 퍼마시다 동틀무렵 법당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망할놈의 신도는 그대로 신전에 난입해 여태 살려두는 의도를 따져 묻다가 그만 널브러져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한나절을 자다 일어나보면 보살은 별로 자리를 뜬 적도 없는 듯 내내 내 머리맡을 지키고 있었다.
뭐가그리 급한지 일찌감치도 찾아 온 날은 거울 보다는 색경이 더 적합할 오래된 거울 앞에 앉아 분칠을 했다.
그럴 때면 보살은 내 옆을 지키며 그 색이 이쁘다 오늘은 이 색이 곱다! 색을 골라줬고내가 머리를 틀어 올리면 특히 그 모습을 좋아했다.

“줄까?" 입술을 바르다 부러운듯 쳐다보는 눈길이 거울에 비치길래 건네봤더니 보살은 이내 손사래를 친다.
“아니야, 나는 신령님이 못하게 해”
“으응?? 별... 신령님들도 참...”

그렇게 수다나 수선을 떨다 나올 때면 보살은 문간에 서서 한참을 홀로 내 뒤를 지키다 내가 안보일 때 즈음해서 들어가곤 했다.

한날은 자정 무렵에도 전화를 했더니만 그녀는 목이 잠겨 있었다. 자다 일어난거겠지. 아니, 그 밤에 보살은 내가 올적갈적 하나씩 올리던 지폐를 모아 제수용품을 사다 올리고 내 축원을 하다가 그만 목이 쉬게 울었다한다. 말로는 신명이 울렸다는데 거기에 어디 사람 마음은 없으랴!
어느 날 한 사건이 위기 절정으로 치닫자  극도로 고무된 법당에 뛰어와 난 이제 정면승부를 할 것이며 이 고루한 싸움의 당장의 결과와 답을 요구했다.

“내가 이길 수 있지?”보살은 그때“꼭 지금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하지마..하지 말자”타일렀으며 그때도 여지없이 소리친 말은“뭐야! 몰라? 무슨 무당이 그래!”였다
“휴... 니 멋대로 해라 나도 이제 징그럽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냥 내 편일줄 알았던 사람이 나를 놓아 버린 건,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알았다며 그대로 문간을 뛰쳐 나왔고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전처럼 배웅을 나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배신감마저 안고 빗속을 뛰어가는데“차분해야 돼~ 니가 이기려면 니가 더 차분해야돼~”

어느 새 보살은 문간에 서서 한참 멀어진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차분했던가? 아니 그때 나는 더 차분했어야 했다. 그렇게 패잔병으로 돌아와나는 또 붙들고 울먹이며 원망을 늘어놨다.

“알고 있었지?  내게 승산이 없었다는거...
왜 말 안해줬어”
“아직 때가 아니야 가만... 있어... 더...”

예언은 적중했다. 그때 내가 무리하게 거두려 했던 결과가 비로소 오긴 온 걸 보니...
정작 내겐 의미가 흐려진 지금이나마. 보살은 내게 그리 시간의 공수를 준 듯하다.
달포를 넘기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들어선 법당엔 부쩍 야윈 보살이 기운이 없어 떨리는 몸과 파리한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늘 웃고 좋은 척 보이기 위해 나도 누구하나는 필요했기에 선택한 사람.
왜 몰랐을까? 신의 제자도 사람이고 무녀도 한낱 여자라는 것을...

무슨 돼먹지 않은 인사인지 대뜸 나는“나때문이야?" 물었고,“그런말이 어딨어... 원래 있던 병이지”
"당신에게 있어 원망은 따로 배워야 하는 선택과목인지... 너무 미안해도 이 말은 여지없이 나오나 보다“무슨 보살이 그래!"
"자기 언제 아플지도 모르고”
여전히 그 분은 힘없이 웃고 있고, 나는...
운다.
 

오지연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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