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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멈춤으로 자신만의 향기를 담다

[완도의 자생 식물] 26. 괭이밥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12.02 09:00
  • 수정 2017.12.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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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밥은 추위도 잊은 채 양지바른 담 밑에 아스라이 몇 송이 꽃을 남겨 놓고 있다. 12월에도 괭이밥 잎들은 땅에 엎드려 멀어져가는 해를 바라보며 간신히 피어 있다. 잎이 파란 이 야생화는 사람 사는 곳에서 많이 보인다.

잎이 약간 빨간 괭이밥은 주로 텃밭에서 자라 어머니들의 손을 바쁘게 만든다. 잎이 조금마고 키가 작은 괭이밥은 잔뿌리가 많아 단단하게 터를 잡는다. 시멘트 사이에서 가느다란 햇살만으로 살아간다. 생명력이 강인해 도시 어느 곳에서도 잘 견뎌낸다. 햇볕이 아늑하게 내려앉은 돌담에서 노란 꽃잎은 재잘대는 아이들의 웃음처럼 귀엽게 피어 작은 돌로 찌어 사금파리에 올려놓았던 것은 바로 괭이밥이었다. 담장 아래 괭이밥을 보고 난생 처음 신맛을 느꼈을 어린 시절이 지금은 쓴맛을 아는 중년이 되었을 것이다.

야생화 중에도 괭이가 들어가는 종이 여럿이다. 초록색 잎에 노란 꽃이 피는 가장 흔한 괭이밥, 자주색 잎에 노란 꽃 가운데가 붉은 붉은괭이밥, 자주색 꽃이 피는 관상용 자주괭이밥 등이 있다. 이들은 길가나 시멘트 틈새 등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야생초이다. “괭이밥”이 들어가는 야생화는 ‘옥살산’이라는 산 성분이 있어 씹으면 신맛이 나는데 고양이가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이 풀을 뜯어 먹는다고 해서 괭이밥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괭이밥은 생으로 먹을 수 있으며 봉선화로 손톱을 물들일 때 백반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잎을 찧어 옴이나 독충에 쏘였을 때 바르거나 불면증이 있을 때 괭이밥에 솔잎과 대추를 넣어 달여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잎이 토끼풀과 너무 흡사하여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토끼풀의 잎에는 잔잔한 톱니가 나 있고 괭이밥의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하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토끼풀과 혼동하기 쉽다. 꽃은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계속 피운다. 겨울로 가는 풍경은 해가 남쪽으로 치우쳐 있어 방문 앞 창호지에 햇빛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해질 녘 돌담 아래 아주 작은 야생화를 보고 있어도 같은 마음이다. 아름다움이란 순간을 마음에 투영시키는 것이다.

오늘 이 순간만큼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주 작고 보잘것 없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소중하게 관찰한다. 그러면 그 사물은 나에게 무엇인가 주려고 한다. 순간의 멈춤은 그 사람만의 향기이다. 사람마다 각기의 향기가 있는 데에는 순간을 어떻게 창조해 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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