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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짖지 마라!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손순옥 객원기자의 6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2.01 21:06
  • 수정 2017.12.0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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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도 어김없이 마지막 달력 한 장만이 남아있다.
가을은 늘 그렇듯 아쉬움만 남긴 채 도망치듯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내 인생은 계절에 비유하자면 가을 어디 언저리쯤 겨울과의 경계에서 눈치 살피고 있는 듯하다. 아슬아슬한 한 고비를 넘겼는가 하면 또 다른 고비들이 꼭 넘어야만 하는 산처럼 버티고 서 있다.
나이 들어야 알게 되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절대 나이 들지 않고는 깨닫지 못한다.
한번쯤 들었을 옛 어른들의 무심코 했던 말들이 이제야 생각나는 건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 모양이다.
젊은 날 미숙해서 저질렀던 실수들, 옳고 그름을 스스로 정해 놓고 마치 나는 맞고 남을 틀리다고 우겼던 고집, 부질없는 욕망과 욕심들조차도 이제는 다 용서가 된다. 나만 그러지 않았을 터이니…. 그렇게 위안을 해본다.
골프영웅 할 서튼은 미국 남부 석유재벌집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고 25세 어린나이에 전 미국 골프대회를 휩쓸었다. 그런 그가 그후 10년간 세 번의 이혼을 하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재기한 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인생에서 제가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기 전에 우리는 나이를 먹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나는 빠른 차가 있으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포르셰를 샀죠. 그다음엔 집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샀죠. 그런데 그 다음에 비행기를 한 대 샀지요. 그러고 난 다음에 나는 깨달은 것입니다. 행복은 결코 돈으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그토록 원했던 돈과 명예가 얼마나 어리석고 쓸모없는 것인가를 알게 해준 말이다.
괴테의 말대로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그 뜻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무거운 짐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 쉬운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설령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해도 결코 녹록치 않은 많은 세월을 보내야만 한다.
잘 산다는 것, 자식 잘 키운다는 것, 행복이 무엇인지를 교과서에서 배운다면…,인생의 답을 알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린 그걸 잘 알지 못한다.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알게 된다.
행복이란 어쩌면 자격이 있는지도 모른다.
혹독한 대가를 치러 낸 사람은 그 깊이만큼의 가치가 더해져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삶은 그 어떤 것도 스스로 겪지 않으면 가치를 알 수 없고, 때로 싫더라도 등 떠밀 듯이 살아가야만 한다. 호수의 백조가 떠 있기 위해서 쉼 없이 물갈퀴 짓 하듯, 강물이 멈춰 있는 것 같아도 수면 아래에서는 수많은 장애에 부딪치며 유유히 흐르듯…,
그러니 아무도 떼밀지 마라!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함부로 꾸짖지도 탓도 마라!
다만,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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