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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그것은 어디에 있을까요?

[가을특집]가을, 완도 그리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1.18 13:56
  • 수정 2017.11.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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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먼 곳의 저수지를 살얼음 대신 울음으로 꽉 채우는 밤입니다. 죄로 뼛속을 가득 채우고, 아픈 인연이 찬란해서 울음으로 울음을 길어올리는 밤입니다. 눈물! 영혼의 협곡에 깃들어 있는 질료. 음악의 심장 속에 둥지를 튼 그것 때문에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의 손을 꼭 잡고 머나 먼 소행성의 헛간으로 날아가 천상의 밀주를 나눠 마신 다음에 결빙의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어하는 밤입니다. 추운 밤의 적막이란 얼어서 고드름이 돼버린 바람의 이름이라고 불러봅니다. 인간과의 어떤 인연 하나를 잊지 않기 위해 풀숲에 엎드린 짐승의 눈 속에서 얼음의 빛이 외딴 성채처럼 떠있다면 그건 우리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쓸쓸해진 외계일 것입니다.
물그림자들이 꼬리를 털며 하늘로 올라가는 밤입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잠들 곳을 찾아 헤메는 구름과 구름 사이는 만삭의 연어들이 몸을 풀기에 좋은 시간의 계곡입니다. 먼 시간의 계곡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하늘에 닿을 때 구름 속에서 연어들이 진저리를 치다가 얼어붙는 추운 밤입니다.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요?

진정한 희망은 제비 날개를 타고 빠르게
날아오르는 법이라오. 희망은 왕을 신으로 만들고 왕이 아닌 자를 왕으로 만든다오.

                                                                  - 리처드 3세 5막 2장 22-23행

셰익스피어의  사극에 등장하는 왕 중에서 가장 악랄한 폭군을 들라면 예외 없이 리처드 3세를 꼽습니다. 그는 곱추인데다가 절름발이에 흉측하게 생긴 인물로 병들어 쇠약한 왕이자 큰형인 에드워드 4세가 죽으면 권좌에 오르기 위해 바로 위의 형을 모함해 죽입니다. 또한 장차 왕위를 계승할 왕자인 어린 조카 둘을 유폐시키고 걸림돌이 되는 정적들을 잔인하게 제거하지요.

리처드 3세는 치밀한 권모술수로 왕위에 오르기는 하나 등극하자 마자 조카인 어린 왕자들을 죽이는 것을 비롯해 권력 유지를 위해 폭정을 일삼습니다.

결국 장차 헨리 7세가 되는 리치먼드가 이끄는 저항 세력에 의해 보스워스 전투에서 전사합니다.
"진정한 희망" 은 리처드 3세를 물리치고 국가의 영원한 평화를 거두어들이기 위해 리치먼드가 자신과 함께 보스워스 평원으로 진군하는 휘하 장병들을 격려하며 해주는 말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을 때 그 속에 갇혀 있던 이 세상의 모든 악과 재앙이 빠져나오게 되었고 그녀가 놀라 뚜껑을 닫았을 때에는 희망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땅의 모든 재앙을 견디어내야 하는 도구가 단지 희망 하나뿐이라면 인간으로서 겪어야 하는 모든 고통과 아픔을 극복해 가기에는 희망이라는 도구는 너무 허약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리치먼드의 입을 통해 희망을 인간이 보다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한차원 높은 도구로 만들어 줍니다.

즉, 진실되고 정당한 희망은 왕을 전능하고 자비로운 신으로 만들어 주고 인간 스스로를 반듯한 긍지의 상징인 군왕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지요.

올바른 희망을 통해 우리 모두 스스로 왕이 되는 삶을 그려봅니다.

참고로 셰익스피어는 희극은 물론 사극과 비극에서조차 그 결말을 항상 새로운 희망과 질서의 회복 혹은 그러한 가능성을 비추어 주며 막을 내립니다. 진정한 희망!!
 

김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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