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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를 하늘에 품은 용담

[완도의 자생 식물] 21. 용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11.08 09:42
  • 수정 2017.11.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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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용담 꽃은 가을 산등성에서 투명한 가을빛에 뚜렷하게 보인다. 용담 꽃보다 아주 작은 구슬붕이 꽃은 봄에 핀다.

크기는 다르지만 꽃 모양과 색깔이 비슷하다. 용담 꽃은 산등성에서 피고 구슬붕이는 산 아래에서 핀다. 이 두 꽃은 길가에서 핀다. 봄 길을 가는 사람들은 부지런한 사람이다. 가을 길을 걷는 사람들은 뒷모습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노래한다. 용담꽃 주위에는 억새꽃도 있고 자주쓴풀도 있고 산부추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가을 정취를 노래하고 있다. 산등성에서 마른 풀잎 사이에 가을 하늘을 고스란히 담는 용담꽃은 느린 가을 햇볕을 노래한다.

억새꽃은 하늘빛을 흔든다. 산부추 꽃은 쌀쌀한 가을 날씨에 외롭다. 밝은 가을빛에 방금 얼굴을 씻고 나온 용담 꽃은 한꺼번에 변해가는 가을 산하를 바라본다. 가장 깨끗한 얼굴을 지녔지만 외로움과 쓸쓸함이 함께 피어 시퍼런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직 하늘만 향하는 그는 무엇인가 이루지 못한 사연이 있는 모양. 서산에 지는 누런 햇빛이 그의 얼굴을 조명한다. 용담 꽃은 통 꽃이다. 꽃부리는 5갈래로 조금 갈라지고 갈라진 사이에 조그만 돌기가 있다. 수술은 5개로 꽃 통에 붙어 있다. 암술은 1개이며 열매는 익으면 껍질이 벌어진다. 뿌리를 가을철 그늘에 말린 용담은 한방에서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에 사용하며, 건위제, 이뇨제로 쓰기도 한다고. 용의 쓸개처럼 맛이 쓰다고 하여 용담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 하늘이 깊어질 때 마른 잎 위로 스산한 가을바람이 쓸고 가면 청초한 얼굴로 그리운 가슴에 멍이 들게 하는 꽃이 용담 꽃이다. 잎사귀는 가파르게 살아온 지난 여름날을 생각하며 아침저녁의 차가운 기운에 놀란 모습이 약간 홍조 색을 띠고 있다.

산등성에서 살아가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결국 미완성이다. 그래서 꽃씨를 움켜 안는다. 꽃씨를 하늘에 품고 있는 용담은 죽음을 이기기 위해선 자식을 품고 있다. 집에서나 산에서나 매일 떠나는 나그네다. 날마다 죽음이 있다.

그러한 죽음 속에 새로운 삶으로 태어난다. 시퍼런 용담꽃이라고 여기는 이는 매일 떠난다. 떠나는 그 자리에서 미련이 있다. 그리움이 있다. 하나의 사랑에도 후회가 있다. 마을 앞 느티나무가 노랗게 물이 들었다. 이 나무를 보면서 나그네가 된 마음이다. 산등성에서 아랫마을로 다시 가고 있지만 속절없이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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