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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어찌 그리 좋은지~

손순옥 객원기자의 5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1.08 09:21
  • 수정 2017.11.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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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원동 다리만 벗어나면 말 할 수 없이 좋아~”
2년에 한 번씩 전국에서 모이는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고향친구의 말이다.
그 친구는 이름과 얼굴은 기억이 있지만 그동안 거의 교류가 없어 어떻게 사는지 잘 몰랐던 친구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 친구가 고기 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안 후여서 고단함이 짙게 묻어있는 그 한마디에 가슴이 아렸다.
또 다른 친구가 귀띔을 해준다.
하루 쉬면 이삼십만 원이 날아간데 어떻게 함부로 장사를 거를 수 있겠냐고, 그래서 이렇게 떠날 수 있는 날은 고작 일 년에 한두 번이라고….
함께 떠난 스물 남짓한 친구들 대부분은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서도 삶의 짓누름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혹독하게 꾸려가는 그들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각각의 분야에서 열심히 잘 살아내는 5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우리 친구들, 누구에게는 하찮을 것 같은 하루가 그 누구에게는 그렇게 귀한 거였다.
따지고 보면 나이 든다는 게 참 좋다.
내 마음의 경계만 내려 놓는다면 꼭 어떤 관계여야만 하는 틀에서 벗어난다면 누구라도 말벗도 되고 인생의 친구가 될 수 있다. 나이 들어야만 깨닫게 되는 거지만….
요즘 자주 고향에 가면서 학교 다닐 때 덜 가까웠던 친구들과도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고향 친구만큼 좋은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욕을 해대고 등짝을 쳐대고 깔깔깔 예의 없이 웃어대고 지나치면 머리빡 한 대 쳐도 기분 나쁘지 않은 마냥 좋은 어릴 적 친구들. 아침부터 출발해 이곳저곳 들러 어둑해져서야 모임장소에 도착했다.
“여보게, 친구 그동안 잘 살았는가?”
그새 주름이 몇 개나 더 늘었는지, 아픈 데는 없었는지, 머리에 내려 앉은 흰 서리와 남아있는 숱은 얼마인지…묻지 않아도 낯빛에서 패인 주름에서 삶의 더께가 우두자국처럼 찍어져 있다.
어딘가 어둔 빛이 보인 친구에겐 그저 손만 꽉~잡는다. 말하지 않아도 행동이 말이 되는 가슴의 친구들,
그래서 좋다! 가장으로써 엄마로써의 짐에서 벗어나 오롯이 어린 시절의 ‘나와 친구’만 있는 세상이어서 좋다.
인디언 말로 친구란 ‘내 어깨의 짐을 대신 지고 가는 사람’이라 한다.
친구들아!
우리 서로 짐도 나눠 지고 마음의 빚도 계속 지고 살자!
이번에 맘껏 다 챙겨주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에 갚을 빚이니
다음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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