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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보길 가뭄 근본 해결책은?

[완도 논단]김정호 본보 발행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1.06 10:13
  • 수정 2017.11.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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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 본보 발행인

노화 보길 섬 주민 8,500여명이 물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강우량이 평년에 비해 50.8%에 그치면서 상수원인 부황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등 극심한 가뭄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 제한급수를 하다 최근에는 8일 단수 2일 급수로 제한급수를 늘려 물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은 갈수록 태산이다. 행정선과 해경함정에 물을 실어 나르는 것도 일시적인 방편이다. 군에서는 2일급수 8일 단수로 약 50여일 공급할 수 있는 총 저수량 42만t 18.5%인 7만6천t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날마다 관정지하수 300t과 하천수1300t을 물차로 상수원에 나르는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또한 해결책은 아니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적절한 강수량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온난화현상으로 기후가 급변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물 부족현상을 겪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봄과 초여름이 되면 저수지 저수량이 부족하다는 뉴스는 일상화 된지 오래고, 세계 언론들은 2025년이 되면 세계의 절반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은 노화, 보길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화지역에서 가뭄을 겪을 때마다 원성을 산 인물들이 있다. 14년전 댐 증축을 반대하는데 앞장섰던 보길 일부주민들이다. 보길도 부황리 상수원댐을 대규모로 확장하는 공사를 놓고 주민들이 문화유적과 자연경관을 훼손한다며 단식 농성까지 하며 반대한 것이다. 지역간 갈등으로 번진 아픈 과거사가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당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완도군은 보길도와 노화도 일원에 대한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이 주목적으로 2006년 1월까지 273억원을 들여 보길면 부황리 일대 상수원 댐을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하루 정수용량이 2천5백t에서 4천t으로 확대한다고 하니 노화 주민들은 큰 기대에 부풀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길 일부주민들의 반대로 확장공사 중단 결정에 실망과 원망은 고스라니 보길 일부주민들의 몫이 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당시 지역갈등과 대물림 중심에 관련 공무원들 역할이 컸다고 보는 시각이다. 공사 반대 주민들의 주장을 분석해보면 공사로 인해 가사문학의 대표작인 <어부사시사>의 무대이자 조선시대정원양식을 보존한 부용동 원림 유적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면서, 윤위의<보길도지>에 나오는 오운대 하한대 석전대 등지로 가는 길이 끊기고, 사적지인낙서재터와 동천석실의 주변경관이 사라진다. 옥구슬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골짜기 낭음계(朗吟溪)의 상당 부분이 물속에 잠긴다는  옳은 지적이었다.

또한 보길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경관이 빼어난 데다 고산 윤선도(1587~1671)의 유적이 많아 보존가치가 높은 섬으로 고산의 유적복원사업을 벌이는 골짜기에서 관련 유적을 사장시키는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대안으로 해수담수화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완도군은 “바닷물을 쓰기 때문에 시설물 노후가 빠르고 생산단가 높아 주민의 반대가 높아 이 곳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반대주민들 제안을 무시했다.

당시 비영리민간단체인 해수담수화연구센터 쪽 주장은 댐 확장 공사비의 3분의 1인 80억원정도를 들이면 t당 생산 값 1500~2500원으로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 공급이 가능하다고 구체적인 제안도 했지만 완도군은 댐 확장공사외 다른 방법을 선택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요구하는 해수담수화를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갈등을 키웠다.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본질적인 주장을 일부 축소 왜곡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노화주민들은 댐 확장공사를 막는 일부주민들을 먹는 물도 못 마시게 하는 집단이기주의자들로 비난해도 화해분위기로 유도하지 않았다.

최근 군행정에서 극심한 가뭄의 해결책은 현실적으로 보길 정자리 일대에 댐 건설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무원들이 지역주민들에게 댐건설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댐 건설이 최선일까? 필자는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바다나 숲은 자연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면 최소한 자연환경을 훼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기준은 관계한 공동체 모든 사람들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

댐 확장공사를 반대한 보길 일부주민들이 14년 전에 제안한 해수담수화 사업을 살펴보면서, 노화주민들에게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트라우마(trauma)이겠으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변화에 갈수록 강수량이 줄어드는 현시점에서 댐건설공사보다 나은 선택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섬 지역에 설치된 해수담수화시설 대부분이 경제성을 이유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지하수를 개발하여 염분과 용해 물질을 제거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소규모 해수담수화시설은 물을 일정하게 공급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노화 보길 주민들이 그동안 인식하고 있는 해수담수화시설 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다량의 바닷물을 단시간 내에 끌어 올려 식수 또는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대규모 해수담수화시설도 있다. 가뭄에 영향 없고 항구적인 수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공업용수로 1일 11만 9천 톤이 필요 하는 충남 아산만 대산단지에 대규모 해수담수화시설을 추진 중이다. 가뭄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또다시 지역주민들 몫으로 남았다. 하지만 다시 갈등 빚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양보하면서 해결되어야 한다. 가뭄으로 인한 노화, 보길 주민들 지금의 고통은 하늘에 호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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